일본 미쓰이물산은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의 대산단지 통합과 관련,
일본수출입은행의 융자금 15억달러에 대해 국내 산업은행이 지급보증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통합법인이 생산하는 유화 제품 수출권을 미쓰이를 포함해 통합
법인에 출자하는 일본기업들이 컨소시엄으로 세우는 별도법인에 양도해줄
것을 요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채권단 부채의 출자전환 문제와 함께 앞으로 빅딜 성사여부를 가름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쓰이는 최근 삼성과 현대측에 투자제안서를 내면서
통합법인에 대한 일본수출입은행의 융자(15억달러)를 산업은행이 지급보증
하고 타 채권에 우선변제받을 수 있는 선순위채로 설정해주는 방안을 제시
했다.

통합법인이 생산하는 제품 수출권은 미쓰이를 중심으로 한 일본 상사의
컨소시엄이 별도 법인을 세워 이 회사가 갖도록 요구했다.

미쓰이는 제품 수출권을 갖는 별도법인 외에 통합법인 투자를 위한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세우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페이퍼 컴퍼니는 일본수출입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통합법인에 대한
융자를 담당하게 된다.

이와 함께 삼성과 현대의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1대주주로
경영권을 맡아주도록 제안했다.

이밖에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이 당초 자구노력 차원에서 계획한
1조원의 자산 매각규모를 1조2천억원으로 늘려주도록 요청했다.

미쓰이는 한국측이 이같은 조건을 수용할 경우에 해당기업과 구체적 협상을
진행하며 협상 결과 성과가 있을 때에 한해 일본수출입은행과 융자 협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현대석유화학은 이날 오전 미쓰이 투자제안서에 동의한다는 뜻을
담은 서한을 대산단지 통합추진본부측에 제출했다.

반면 삼성측은 "이제 미쓰이가 기본 설계서를 제안해온 상태"라며 "미쓰이
제안 수용여부를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측은 미쓰이 제안서를 중심으로 앞으로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방침이다.

빅딜 성사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와 채권단이 어느 수준에서 미쓰이의 요구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또 한화 대림 LG 등 빅딜제외업체의 반발도 풀어야할 과제다.

이들은 "미쓰이가 경영권 행사에 따른 부담은 지지않고 알짜(판매권)만을
갖겠다는 의도"라며 "출자전환, 산업은행 지급보증, 수출권 이양 등 미쓰이의
요구를 다 들어줄 경우 한국 유화산업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합본부의 기준 본부장은 "미쓰이가 수출영업권 등을 요청하고
있으나 협상 과정에서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이 조만간
미쓰이의 투자제안서에 동의해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미쓰이의 투자제안서 주요내용 ]

<> 지분구조 : 삼성.현대 49%, 채권단.미쓰이 51%
<> 경영권 : 채권단
<> 출자 : 미쓰이와 채권단이 1조원, 삼성과 현대가 1조원
<> 융자 : 일본수출입은행이 15억달러, 산업은행 지급보증 요구
<> 통합법인 제품수출권 : 미쓰이 컨소시엄이 보유
<> 채권단 손실부담 : 기존 차입금, 후순위채로 설정
<> 삼성.현대 손실부담 : 약 1조2천억원규모의 비핵심자산 매각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