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옷로비청문회장 증언대에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앙드레 김"씨가 섰다.

풀을 먹여 통을 넓힌 흰색 면바지에 수놓은 하얀색 재킷.

헤어크림을 발라 뒤로 넘긴 특유의 헤어스타일에 랜드로버형 구두..

눈에는 검정색 아이라인, 입술에는 루즈까지 바른 "튀는" 모습이었다.

함께 출석한 여성 증인들보다 더 여성스러웠다.

증인하면 으레히 정장을 입는 관행을 비웃기라고 하듯 앙드레 김씨의
의상은 파격 그자체였다.

그리고 몸집은 옆에 선 연정희씨의 두 배.

몸집과 의상의 언밸런스는 국회의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도 남았다.

연정희씨와 함께 증인선서를 한 김씨는 증언끝에 각자의 이름을 밝히는
대목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앙드레 김입니다"

김씨는 본명 대신 예명을 댔다.

그러자 목요상 법사위원장이 즉각 "앙드레 김이 아니고 본명을 대세요.
김봉남이지요"

순간 청문회장에 폭소가 터졌고 김씨도 머쓱한 듯 웃음 띤 목소리로 "예"
라고 말했다.

세련미가 넘치는 앙드레 김과 어느 산골 아이의 이름같은 김봉남이 주는
뉘앙스의 차이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방청객들은 또 "350824-"라고 주민등록번호를 댄 앙드레 김의 나이(64)에
한번 더 놀랬다.

예상도 못한 "고령"이었기 때문이다.

앙드레 김이 이날 증인으로 나온 것은 연씨의 고가옷 구입여부와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씨의 옷값 대납논란에 대한 증언을 하기
위해서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연정희 배정숙 이은혜씨는 지난해 12월16일
앙드레 김의 서울 신사동 매장을 찾았다.

연씨가 이곳에서 블라우스 한벌(40만원)과 투피스 한벌(80만원)을 맞췄다는
것.

반면 한나라당은 연씨가 이곳에서 8백만원짜리 검은 앙상블(원피스와 재킷)
과 1천2백만원짜리 코트를 샀다고 주장했었다.

연씨가 구입한 옷값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앙드레 김은 이에대해 "우리 매장에서 가장 비싼 옷은 2백90만원짜리"라며
"1천만원짜리 옷을 산 사람이 있다면 찾아 달라"고 고가옷 판매설을 일축
했다.

그는 또 "연씨가 27일 찾아와 1백만원짜리 수표와 10만원짜리 수표 2장으로
대금을 완납했다"며 이형자씨의 대납설도 부인했다.

< 강창동 기자 cd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