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한국인 차별에 격분해 일본인 야쿠자를 살해한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31년째 수감중인 재일교포 김희로(71)씨가 내달 7일 석방된다.

김씨의 후견인 박삼중 스님(부산 자비사 주지)은 25일 "김씨의 가석방
절차가 최근 완료됐다"고 전하고 "일본 법무성 당국자가 지난 23일 이같은
사실을 공식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삼중 스님 등 일행 4명과 함께 도쿄 나리타 공항을 떠나 정오무렵
부산 김해공항으로 들어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정몽준 의원이 부산에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김씨는 지난 68년 2월20일 시즈오카의 한 클럽에서 "조센징, 더러운
돼지새끼"라고 욕설을 퍼붓는 야쿠자 2명을 살해했다.

김씨는 사건직후 인근 여관에서 88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이며 일본의 한국인
차별에 항의하다가 체포돼 75년 확정판결을 받고 구마모토 형무소 등에서
복역해왔다.

김씨의 모친 박득숙씨는 "죽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 감옥 밖에서 아들의
손을 잡아보고 싶다"며 상봉을 간절히 바랐으나 지난해 11월3일 9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김씨의 이번 석방은 박삼중 스님 등이 80년대 후반부터 국민의 서명을
받아 일본 법무성에 석방탄원서를 내는 등 동분서주한 끝에 얻은 결실로
재일교포 문제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