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진상조사를 위한 국회청문회가 25일 "말 잔치"로 끝나면서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있다.

3일간의 청문회 기간동안 여야가 "편가르기"에 급급하며 자기쪽에
유리한 증인을 옹호, 오히려 실체적 진실규명을 더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증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만을 내세우면서 서로 다른 주장이
난무해 무엇이 진실인지 조차 가리기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청문회를 지켜본 시민들은 "옷로비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는 커녕
국민의 혼란과 불신만 키웠다"고 혹평했다.

이런 우려는 국정조사 초기부터 제기됐다.

경찰청과 검찰에 대한 조사에서부터 삐끗거렸다.

경찰이 청와대 사직동팀의 내사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검찰도 수사자료를
내놓지 않아 실체에 접근하는 게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자료가 없으니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리가 없었다.

급기야 옷 로비 사건의 핵심인물인 연정희(김태정 전 법무부장관 부인)
이형자(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 부인) 배정숙(강인덕 전통일부장관 부인)씨 등
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사건의 실체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결국 청문회는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끝나 버렸다.

청문회에서 검찰수사의 허점이 드러나 검찰에 대한 불신감은 더욱 증폭돼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 마저도 무너졌다.

증인들의 증언이 검찰 수사발표와 다른 점이 곳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이번 청문회가 고위공직자 가족들의 처신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공방에 그쳐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수사당국의 자료 강제공개 등 청문회 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계현(33) 경실련 시민입법국장은 "의원들의 부실한 질문과 증인들의
엇갈린 진술로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사직동팀과 검찰이 수사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진술의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못했고 청문회 부실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태호(32)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여야의원들이 인신공격과 정치
공세에 몰두해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TV를 통해 3일동안 청문회를 유심히 봤다는 회사원 이광오(33.경기도 김포)
씨도 "여야가 국민들의 의혹을 풀기보다는 정치적인 공세에 치중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국회의원들이 언론보도와 검찰수사 발표를 바탕으로 계속
똑같은 질문을 해대는 것을 보고 의혹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며
국회의원의 준비성 부족을 꼬집었다.

가정주부인 홍연희(34.서울 양천구 신정동)씨는 "IMF의 고통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한벌에 몇백만원씩하는 옷 이야기를 자꾸 반복해서 들으니 짜증이
났다"며 "경제난과 서민의 고통을 나 몰라라하는 상류층의 비이성적 행태에
혐오감만 생겼다"고 말했다.

건국대 정치행정학부 신복용 교수는 "서민들이 이번 청문회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보게된 중요한 요인은 환란이후 계층간의 경제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