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의 "옷로비 의혹사건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 줄곧 침묵을
지켜오던 박주선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26일 마침내 입을 열었다.

박 비서관은 "사건의 성격상 연정희씨(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부인)가 로비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한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형자씨(최순영
신동아회장 부인)의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상황이었고 배정숙씨
(강인덕 당시 통일부장관 부인)는 이씨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연씨에게
최 회장 문제를 부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직동팀 수사팀장 이었던 박 비서관은 수사 착수 시점과 관련, "1월 14일
사직동팀에 내사를 지시해 15일부터 착수한 게 틀림없다"며 일주일전인
1월8일부터 내사가 시작됐다는 정일순 라스포사 사장과 이형자 신동아회장
부인의 청문회 증언을 부인했다.

청문회에서 증언이 크게 엇갈린 것과 관련, "이 씨가 그렇게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자작극을 벌일수 있겠느냐는 의문과 현직 장관부인인 배씨가
사기를 치려했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며 "둘다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그는 "연씨에게 형수라고 불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총장(김태정씨)이
술을 마실때 형수라고 불러라고 했으나 공과 사를 분명히 해야한다는 생각에
한번도 형수님이라고 불러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이번 사건은 연씨가 우리의 핵심과제였다"며 "내 자식 부모
라도 내 지위를 지키기위해선 구속 안 시킬수 없고 차마 구속시킬 수없으면
그만 둬야 한다는 각오로 조사했다"고 조사당시의 심정을 소개했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