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정보통신은 통신용 다층인쇄회로기판(MLB)과 ISDN용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다.

올 상반기에 경상이익이 지난해보다 5천2백16%, 순이익이 3천2백55%
늘어났다고 발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이익 구조를 살펴보면 사정은 약간 달라진다.

상반기 경상이익은 55억원, 순이익은 40억원으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지난 97년과 비교하면 경상이익은 35% 정도, 순이익은 15%정도 나아진
규모다.

거꾸로 얘기하면 올 상반기 실적이 특별히 좋아졌다기보다는 지난해 실적이
나빴다는 얘기가 된다.

증가율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나 올해나 매출액에는 큰 차이가 없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2백2억원으로 작년보다 1.6% 증가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원화가치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비용이 큰 폭으로 늘면서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반면 올해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입비용이 절감돼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기라정보통신은 올해 매출액 6백60억원, 순이익 1백8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70%와 68% 증가한 규모다.

반도체 및 통신산업이 경기회복을 주도하면서 이 회사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높은 증가율은 아니다.

기라정보통신의 가장 큰 특징은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경영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이지만 모험을 즐기지 않는 셈이다.

자연히 이 회사의 강점은 안정적인 재무구조에 있다.

유보율은 지난해 4백59%에서 올해 1천62%로 높아질 것으로 회사측은 자체
분석하고 있다.

또 이 회사는 보유현금을 차입금 상환에 꾸준히 사용해 97년 1백12%였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43.5%로 낮췄다.

올해는 부채비율을 36.4%까지 낮춘다는게 회사측 계획이다.

자기자본이익률도 97년에 58.9%, 지난해는 52.4%였다.

반면 거래량 부족은 대표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하루에 1만주가 채 거래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이 회사의 주식수는 모두 96만주다.

그중 대표이사를 비롯한 특수관계인과 LG전자 한국기술투자 LG창업투자
등이 전체 지분의 77% 이상을 갖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에게 유통되는 물량은 20만주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거래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경우에 따라 환금성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도 염려한다.

기라정보통신은 이에대해 "이달 27일 정기주총에서 액면분할을 승인할
예정이라 유동성 부족은 차차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주용석 기자 hohobo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