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냥 이상 번다"

쇼호스트(39쇼핑은 쇼호스트, LG홈쇼핑은 쇼핑호스트로 부름)라는 직업은
일반인에게 아직 낯선 직업이다.

하지만 케이블 TV앞에 앉으면 이들을 쉽게 만날수 있다.

홈쇼핑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말솜씨와 호감가는 외모를 무기로 상품의
요모조모를 설명해 주는 "영상시대의 첨단 세일즈맨".

이들이 바로 쇼호스트다.

39쇼핑의 최현우(30.여)씨.

그는 요즘 교통비 감당하느라 정신이 없다.

서울 동대문의 두산타워, 밀리오레, 디자이너클럽, 평화시장 등을 1주일에
서너번씩 항상 들르기 때문이다.

그녀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패션투나잇".

최신 패션정보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시청자들에게 소개해 주기 위해 그녀는
동대문시장을 누비고 다닌다.

"패션은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아요. 항상 변화하는 패션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국내패션잡지는 물론 W, 논노와 같은 외국잡지도 두루 읽고 있어요"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그녀는 현재 39쇼핑의 스타 쇼호스트로
자리잡았다.

39쇼핑에는 매주 금요일밤을 책임지는 남자가 있다.

"금요골프"를 3년이상 진행하고 있는 박현호(33)씨가 바로 그 주인공.

박씨는 한주의 주식시세를 유심히 살피는 취미가 있다.

"골프용품 판매량은 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경기상태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지표는 바로 주식시세"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미국 유학시절 "골프와 사랑에 빠져" 골프전문 쇼호스트가 됐다는 박씨의
현재 골프스코어는 90타 수준.

2년 내에 싱글골퍼가 되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보석하면 연상되는 39쇼핑의 전문 쇼호스트로는 고려진(57)씨를 꼽을 수
있다.

요즘 그녀에게 "왕년의 인기 아나운서"라는 수식어는 필요치 않다.

"현재의 인기 쇼호스트"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쇼호스트가 되기 위한 고씨의 비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직접 소비자가 되어보는 것.

고씨는 현재 39쇼핑에서 보석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 최우수 고객이기도
하다.

LG홈쇼핑에 가면 마음씨 좋게 생긴 주방용품 전문 쇼핑호스트, 이고운영
(34)씨를 만날 수 있다.

"제 사복은 앞치마"라고 말하는 이씨의 취미는 요리.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가서 먹고야 만다"는 원칙을
가진 미식가다.

그가 진행하는 "화요일 요리천국"은 특히 주부들의 호응이 높은 인기
프로그램이다.

요리시범에 재미를 더한 독특한 진행방식 덕에 그의 프로그램은 주위로부터
"모노드라마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화 바람은 TV홈쇼핑에도 불고 있다.

이정명(33.여)씨.

그는 영어와 중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외국어 전문 쇼핑호스트다.

얼마전 LG홈쇼핑이 아프리카 여행상품을 팔 때 게스트로 출연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사의 통역을 맡아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냈다.

경력 역시 독특하다.

쇼핑호스트로 특채되기 전에는 영어학원 강사로 일했던 실력파다.

"그녀가 아름다운 이유"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상희(29.여)씨.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 타이틀 만큼이나 출중한 미모를 과시한다.

대학 재학시절에는 화장품 CF모델로 일한적도 있다.

화장품 판매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그가 전문 쇼핑호스트로
자리잡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상품 소개에 앞서 시험삼아 많은 양의 화장품을 사용하다보니 피부트러블이
일어날 정도였다.

"상품의 포인트를 잡아 소개한다"는 그녀는 도도보땅 파우더를 30분만에
3천개 가량 판매한 기록의 소유자다.

전문성, 외모, 말솜씨라는 3박자를 갖춘 쇼핑호스트.

이들이 이끌어갈 영상쇼핑 시대가 기대된다.

< 최철규 기자 gra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