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구조조정과 증권.투신(운용)사 수익증권 환매제한등의 악재를
소화시키며 안정을 찾아가던 주식시장에 "타이거펀드"라는 그림자가
다가섰다.

26일 주식시장에는 미국계 대형 투기자본인 타이거펀드가 심각한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따.

루머는 파산위기로까지 확대돼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국내 소문과는 달리 세계 금융정보의 집합지인 뉴욕 동경 런던증시와 외신이
일제히 침묵을 지키고 있어 헛소문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사실일 경우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타이거펀드는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와 쌍벽을 이루는 미국계 헤지펀드로
전형적인 단기투기자본이다.

<>타이거펀드의 위기설과 현황 =타이거펀드는 작년말부터 잇단 투자실패로
운용자산이 2백20억달러에서 1백20억달러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끔씩
위기설이 나왔다.

타이거펀드는 작년부터 엔화를 빌려 달러로 바꾼 뒤 이를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yen carry trade)"를 많이 했는데 최근들어 엔화가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싱가포르에서도 선물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분기별 운용실적을 보고할 때 이같은 투자실패로 수익률이
떨어짐에 따라 대량의 환매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따라 8월말까지 10억달러 가량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타이거펀드가 투자자의 환매요청에 대해 요청금액의
40%만 지급하겠다고 조만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타이거펀드는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6일 SK텔레콤 주식을 79만주
이상 매각해 1조원 가량을 마련했다.

매도가격은 1백24만원에 불과했다.

고점대비 50만원이나 떨어진 상태였다.

서둘러 현금을 마련한 것은 유동성부족 때문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졌다.

<>주식.외환시장 영향 =26일 외환시장에서는 타이거펀드가 5천만~1억달러
정도의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5일에도 7천만달러가량을 환전했다.

이런 영향으로 26일 원.달러환율이 한때 달러당 1천1백93원까지 상승했다.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 매각대금(8억달러정도)을 한꺼번에 환전할 경우엔
충격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규모가 15억달러 안팎이기 때문에
달러수요 급증으로 원화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대우그룹 워크아웃과 함께 이런 불안한 투자심리의 영향을 받아 이날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전장까지만 해도 15포인트나 상승했으나 3포인트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금융감독원은 타이거펀드가 현재 한국에 약 20억달러(SK텔레콤 매각분 포함)
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은 물론 LG화재나 삼성화재등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종목들도 대부분 이미 처분한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외환시장은 일시적이긴 하나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외국계 증권사 지점장은 "타이거펀드의 운용자산이 1백20억달러에
불과해 위기설이 사실일지라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타이거펀드의 위기가 다른 헤지펀드로 확산되지 않는 한 충격은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상시나리오 =전문가들은 자칫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는 타이거펀드
위기설은 두가지 경로를 통해 한국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경로는 타이거펀드의 유동성위기->미국 주가하락->아시아 및 한국의
주가하락이란 악순환 고리다.

작년 8월에 일어났던 롱텀캐피탈(LTCM)파산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준비를
해온 것은 사실이나 의외로 파장이 커질수도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주가가 올랐던 것은 미국 주가가 상승하고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인데 힘입었는데, 타이거펀드가 위험에 빠질 경우엔 외국인의 추가매수를
기대하기 힘들게 돼 주식시장은 상승탄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

둘째 경로는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환율상승(원화가치하락).

환매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타이거펀드가 10억~20억달러어치의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면 원.달러환율이 오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외환보유고가 6백40억달러를 넘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긴 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심리적 요인이 과다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타이거펀드에 이어 일부 외국인들이 주식매도와 달러매수에 가세하는
상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 홍찬선 기자 hcs@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