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에 이어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초안이 발표됨에 따라 정부가
요구하는 기업지배구조의 윤곽은 이제 분명해졌다.

자산 1조원이상 공개기업은 이사수를 8인이상으로 하되 사외이사가 과반수
이상일 것, 현행 단독감사제 대신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되 그 구성원은 3분의
2이상을 사외이사로 할 것,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중심으로 설치할
것, 이사선출은 집중투표제를 채택할 것등이 골자인 셈이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은 결코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 주재 정.재계간담회의 합의형식으로 발표됐던 것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주식회사제도의 기본정신과 걸맞지
않은 점이 결코 없지않다는 점에서 재계의 불만이나 충격은 충분히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사외이사가 경영실패에 대해 일체 책임을 지지않는 존재(사외이사에
대해서는 배상책임보험을 회사에서 가입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실질적인 기업의사결정권을 맡기도록 강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회사가 잘못됐을 경우 엄청난 책임을 져야하는게 누구냐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삼성자동차 대우사태에 대한 정부방침을 감안하면 일련의 기업지배구조개선
요구는 비논리적인 일면이 있다.

유한책임이 근간인 주식회사제도 아래서 잘못된 대기업 대주주에게 무한책임
을 요구하고 있으면서 대주주의 주주권에 대해 제약을 가하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막강한 권한을 주더라도 사외이사들이 실제로는 기업의사결정을 좌지우지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깔고 제도적으로나마 사외이사중심체제가
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면 그 역시 우습다.

그런 사외이사라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수를 늘리고 권한을 확충하는 것
자체가 낭비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사외이사제도가 의미를 가지려면 기업문화가 바뀌는 것이
선결과제라는게 우리 생각이다.

강제규정으로 사외이사수를 늘리고 권한을 확충할 것이 아니라 좀더 시간을
갖고 이 문제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본다.

무리한 지배구조개선요구가 다른 대기업정책과 맞물려 기업인들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

미국등도 사외이사비중이 절대적이지만 강제규정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은 가이드라인적 성격에 그쳐야 한다.

또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한 상장기업에 대해 상법을 고쳐 이를
채택토록 강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상법개정안과 기업기배구조 모범규준은 여러가지로 재검토해야할 점이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