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연습자판기 사업'' 윤재남 씨 ]

"이제 시작단계입니다만 힘들지도 않고 수입도 괜찮은 것같아요"

윤재남(55)씨는 한 달 전 골프연습자판기 관리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자판기를 설치한 곳은 한양대 후문 우주당구장을 비롯 성동구 일대
10개 점포.

점포마다 폭 1m, 길이 3m짜리 골프연습기를 한 두 대씩 설치해 놓고 저녁 때
수금하고 있다.

"자판기 사업중 커피나 음료수 같은 아이템은 너무 흔하고 경쟁도
심하잖습니까. 전 좀 색다른 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은근히 유행을 타는 자판기 사업에서 골프연습기는 신종 아이템이고 당연히
위험 부담도 컸다.

하지만 원래 골프에 관심이 많았던 윤씨는 박세리에서 시작해 김미현 박지은
등으로 이어지는 프로선수들의 활약으로 골프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분위기에 주목했다.

게다가 TV에서 골프 중계방송을 해주면서 일반인들의 골프 상식도
풍부해졌다고 봤다.

"점포를 내는 사업이면 초기 투자비용이 크죠. 더군다나 잘못될 경우 건질
수 없는 돈이 만만치 않습니다. 인테리어라든가 간판, 시설비는 그냥 묻히는
돈이죠. 망하면 묻혀버릴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을 찾다가 이게 눈에
띈 거죠"

윤씨의 판단은 적중했다.

연습 자판기 10대를 2천3백만원에 구입해 우선 당구장을 중심으로
설치했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지난 한 달간의 매출은 6백50만원 가량.

기계를 설치해 놓은 점포에 수입의 30%를 지불하고도 순수익이 4백55만원
이나 됐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골프연습기는 주식회사 현대골프의 발명특허품으로 박세리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어서 인지도도 높다.

5백원을 넣으면 10번 퍼팅할 수 있는데 기계를 수동으로 설정해 놓으면
시종일관 똑같은 상태의 그린에서 공을 칠 수 있다.

자동으로 설정해 놓으면 공이 들어갈 때마다 자동으로 경사면과 잔디결이
조정돼 매번 다른 그린에서 공을 치게 되므로 한 차원 높은 퍼팅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또 컵에 들어가지 않은 공이 그린 위에 있으면 클리어 바가 자동으로 공을
치워주는 등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 윤씨의 설명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일수록 반응이 좋아요. 다들 호기심에 한 번씩
해보거든요. 천원짜리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면 누구나 두 번씩은 합니다.
친구들이랑 내기도 할 수 있고 오락성이 크죠. 옆에서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어서 장소만 좋으면 사람이 몰리고 인기가 좋습니다"

가전제품 대리점을 30년 가까이 운영하다가 전자상가 등 대형유통매장에
밀려 손을 떼고 아파트상가에서 비디오숍을 운영하는 윤씨는 연습기를
설치해놓고 저녁 때 수금만 하면 되는 것이 이 사업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한다.

"일단 기계를 설치한 후엔 재투자가 없어요. 특별히 신경 쓸 일도 없죠.
전기만 연결해 놓고 수금만 다니면 됩니다. 숍인숍 형태니까 머더숍(모점포)
점주들이랑 잘 지내도록 애쓰고 잔고장이 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의 노력이면 누구나 부담없이 해볼만한 합니다"

편하게 돈 버는 사업이지만 윤씨는 요즘 성동구 일대에서 사람이 제일 많이
몰리는 장소를 찾느라 분주하다.

입지가 좋아야 수입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볼링장 대형목욕탕 스포츠센터 등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 연습기를 몇 대
더 설치하는 것이 올 가을 목표라는 윤씨.

늦더위에 바쁘게 뛴다면서도 표정만은 여유로웠다.

문의 (02)515-7123

< 서명림 기자 m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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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업하려면 ]

골프연습자판기 사업을 하려면 우선 본사를 통해 영업권을 지정받아야 한다.

서울의 경우 구단위별로 독점상권을 준다.

처음 시작할 때 연습기는 10대 구입을 기본으로 한다.

기계는 한 대에 2백30만원이고 퍼터와 골프공 등 필요한 물품은 모두
무상으로 지급되므로 창업비용은 2천3백만원이 전부다.

기계는 보증기간 1년동안 무상 수리가 가능하다.

창업하는 사람이 연습기 입점 점포를 물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처음엔 본사에서 설치장소를 물색해준다.

연습기를 설치하는 머더숍과 본사가 직접 계약을 체결해 수입의 30% 가량을
머더숍에 지급하는 대신 기계가 손실, 파괴될 경우 머더숍 점주가 책임지고
보상해주도록 하고 있다.

처음 창업할 땐 모든 준비를 본사에서 해주는 셈이다.

실제로 윤씨의 경우에도 기계 구입후 수금통 열쇠를 건네받은 것 말고는
따로 한 일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사업을 시작하고 나면 모든 것이 사업자의 책임이므로 자판기를
설치한 장소에서 수입이 시원치 않으면 본인이 다른 설치장소를 물색해
이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면 어디나 좋지만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
좋다.

젊은층은 장년층에 비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 거리낌없이
한 번씩 해보지만 장년층은 아무래도 수줍어하기 때문이다.

오피스가 학원가 유흥가 등이면 일단 상권이 좋고 그 중에서도 당구장이나
스포츠센터 대형오락실 등을 유망입지로 꼽을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