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해외매각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국내 은행 해외매각 작업은
시작한지 1년이 다 돼가는 데도 전혀 결실을 거두지 못하게 됐다.

선진금융기법을 들여오고 국내은행간 경쟁을 촉발시킨다는 해외매각의
취지를 달성하는 일은 요원해졌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제일은행 매각작업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입당사자인 미국 뉴브리지캐피털과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뉴브리지캐피털 관계자들이 서울에 남아 있지만 이들과 금감위의 접촉은
한달이상 끊겨 있다.

작년말 양해각서(MOU)를 교환한후 6~7개월간 진행해온 세부협상과정에서
노출된 의견차이로 감정만 상해 있다.

매각조건에 완전 합의했다는 소문이 나돈지 벌써 한달이 넘는다.

결렬쪽으로 기운 서울은행 매각협상 역시 제일은행과 마찬가지로 은행의
자산평가기준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발목이 붙잡혔다.

금감위는 서울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금융감독원 기준으로 평가하자는 입장
이었다.

이것이 양해각서의 내용이다.

하지만 은행을 사겠다는 영국계 HSBC는 이보다 까다로운 국제기준을 고집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SBC 의견을 수용할 경우 서울은행 값어치는 뚝 떨어지고 정부가 넣어야
할 공적자금이 많아진다.

제일은행 매각협상 초기 금감위와 뉴브리지도 이 기준 문제로 티격태격
하다가 파국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절충에 성공했다.

HSBC는 현재로선 절충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HSBC는 "한국정부를 거슬려가며 협상을 어렵게 끌고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 계속협상 여지를 남겼지만 이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기대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협상이 깨지면 정상화작업을 우선 추진하게 된다.

공적자금 투입후 외국은행장 영입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외국기관이 사지 않더라도 선진기법으로 무장한 외국인이 은행경영을 맡게
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금감위는 기대하고 있다.

서울은행 매각에 실패하더라도 대외신인도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금감위는 전망하고 있다.

제일은행 매각에 성공하면 약속의 절반을 지키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양해도 얻어낼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