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자금조달 창구를 주식.채권시장에서 은행으로 바꾸고 있다.

대우사태에 따른 자금시장 불안으로 회사채가 팔리지 않고 금리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이 상태가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은행대출금리가
오르는 등의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다.

<>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극도로 위축됐다 =8월들어 기업들의
자금조달 패턴이 달라졌다.

기업들은 회사채와 CP(기업어음)를 갚는데 치중했다.

8월1일부터 25일까지 기업들은 1조1천4백억원규모의 회사채를 순상환했다.

회사채를 새로 발행하기보다 만기가 돌아오면 갚기에 급급했다는 얘기다.

CP의 경우 7월중 4조5천억원을 발행했으나 8월에는 3조3천억원을 갚았다.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형편없어졌다.

8월에 9천6백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7월(3조5백억원)의 3분의 1도 안된다.

반면 대기업들의 은행대출은 8월중 약 2조원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1월 약 6조원이 늘어난 이래 1년7개월만에 최대치다.

이같은 현상은 대우구조조정이후 투신사들의 채권매수여력이 약화돼 채권
발행이 여의치 않은데 따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 앞으로의 전망 =기업의 긴급자금수요를 나타내는 당좌대출소진율은
8월25일 현재 21.4%로 연중최저다.

그러나 자금조달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게 기업 자금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신용도가 우량하지 않은 대기업의 경우 대우사태이후
제2금융권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보니 우량 대기업중
일부도 자금을 미리 끌어당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잠재된 불안요인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게 기업들의
시각이다.

최영진 쌍용 기획팀장은 "이같은 상황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예비자금을
마련해둔 상태"라며 "일부 대기업들은 해외로도 발길을 돌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직접금융시장 상황이 나빠져 은행문을 두드리지만 은행들은
신규대출을 극히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같은 상황이 "과거와 같은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은 편"
(전철환 한은 총재)이다.

은행들의 자금사정이 넉넉하고 수익성 호전으로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추석마저 다가오고
있어 기업들은 자금조달 문제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뤄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