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신축운용 '되풀이' .. '한은 통화정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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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할일이 없어졌다.
매월초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그달의 통화정책방향을 결의하지만 벌써
몇개월째 똑같은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다.
2일도 한은은 "콜금리를 현수준으로 유지하고 필요할 경우 유동성을 신축적
으로 공급하겠다"고 9월중 통화정책방향을 밝혔다.
8월과 달라진 것은 "9월"밖에 없다.
2.4분기 경제성장률(GDP 기준)이 9.8%로 나타나고 7월중 제조업 가동률이
97년 4월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등 거시지표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한은은 침묵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5월께부터 "선제적 통화정책"이란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인플레조짐이 감지되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물가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것이었다.
한은은 내부적으로 상황시나리오도 만들었다.
그에 따르면 금리인상 시기는 대체로 10월로 잡혀 있었다.
전철환 한은 총재도 지난 8월 이를 내비친 바 있다.
작년 하반기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린 돈들이 연말과 내년초부터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한은의 설립목표는 효율적인 통화정책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상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뜻하지 않은 "대우"라는 변수에 휘말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전 총재도 "법에 굳이 얽매일 필요는 없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게
최우선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지속되면 통화신용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시장안정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감한다.
LG경제연구원 강호병 책임연구원은 "과열조짐이 있어도 대우문제 때문에
일부 식을 수 밖에 없다"며 "경제가 정상이 아니므로 정책도 정상적인 것을
구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혹시 선제적 대응을 할 조짐이 있어도 그렇게해선 안되는게 현재의 금융
시장이라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양두용 국제금융팀장도 "물가가 불안해 보이는 것은 공공
요금 인상 등 제도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해외 등으로부터의 통화증발
요인도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각종 지표들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어 현재 인플레이션 초입단계에
진입한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게 사실이다.
농수산물가격 상승이나 유가 급등 때문이라곤 하지만 8월중 소비자물가는
전달에 비해 1% 올랐다.
5월 6월 7월의 내림세를 마감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명목임금(전산업)은 6월중 13.7%(전년동월대비) 오른 것으로
나타나 증가세가 대폭 확대됐다.
게다가 전세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부동산시장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7월중 서울지역 아파트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6월에 비해 각각
1.6% 1.9% 뛰어오르며 부동산가격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실질 경제성장률 또한 잠재성장률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지표상의 압력을 감안,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이 조만간 금리를
인상해야할 것이란 의견도 내놓는다.
그러나 한은은 "금융시장이 안정된 다음에야 가능한 소리"라며 일축한다.
마치 한은의 최대 정책목표인 "물가안정"은 뒤로 밀려난 듯한 느낌이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는 동안 인플레가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인플레는 자원배분을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워
장기투자를 못하게 만든다.
또 인플레는 임금 금리 지가 등 생산요소비용의 상승을 유발해 수출상품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한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딜레마에 빠진 한은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
매월초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그달의 통화정책방향을 결의하지만 벌써
몇개월째 똑같은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다.
2일도 한은은 "콜금리를 현수준으로 유지하고 필요할 경우 유동성을 신축적
으로 공급하겠다"고 9월중 통화정책방향을 밝혔다.
8월과 달라진 것은 "9월"밖에 없다.
2.4분기 경제성장률(GDP 기준)이 9.8%로 나타나고 7월중 제조업 가동률이
97년 4월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등 거시지표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한은은 침묵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5월께부터 "선제적 통화정책"이란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인플레조짐이 감지되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물가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것이었다.
한은은 내부적으로 상황시나리오도 만들었다.
그에 따르면 금리인상 시기는 대체로 10월로 잡혀 있었다.
전철환 한은 총재도 지난 8월 이를 내비친 바 있다.
작년 하반기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린 돈들이 연말과 내년초부터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한은의 설립목표는 효율적인 통화정책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상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뜻하지 않은 "대우"라는 변수에 휘말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전 총재도 "법에 굳이 얽매일 필요는 없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게
최우선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지속되면 통화신용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시장안정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감한다.
LG경제연구원 강호병 책임연구원은 "과열조짐이 있어도 대우문제 때문에
일부 식을 수 밖에 없다"며 "경제가 정상이 아니므로 정책도 정상적인 것을
구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혹시 선제적 대응을 할 조짐이 있어도 그렇게해선 안되는게 현재의 금융
시장이라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양두용 국제금융팀장도 "물가가 불안해 보이는 것은 공공
요금 인상 등 제도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해외 등으로부터의 통화증발
요인도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각종 지표들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어 현재 인플레이션 초입단계에
진입한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게 사실이다.
농수산물가격 상승이나 유가 급등 때문이라곤 하지만 8월중 소비자물가는
전달에 비해 1% 올랐다.
5월 6월 7월의 내림세를 마감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명목임금(전산업)은 6월중 13.7%(전년동월대비) 오른 것으로
나타나 증가세가 대폭 확대됐다.
게다가 전세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부동산시장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7월중 서울지역 아파트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6월에 비해 각각
1.6% 1.9% 뛰어오르며 부동산가격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실질 경제성장률 또한 잠재성장률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지표상의 압력을 감안,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이 조만간 금리를
인상해야할 것이란 의견도 내놓는다.
그러나 한은은 "금융시장이 안정된 다음에야 가능한 소리"라며 일축한다.
마치 한은의 최대 정책목표인 "물가안정"은 뒤로 밀려난 듯한 느낌이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는 동안 인플레가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인플레는 자원배분을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워
장기투자를 못하게 만든다.
또 인플레는 임금 금리 지가 등 생산요소비용의 상승을 유발해 수출상품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한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딜레마에 빠진 한은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