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양 < 과학기술정책연 책임연구위원 >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은 근본적인 지역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와 있다.

근본적인 경쟁력은 지역의 혁신능력(Innovation capability)을 말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지적하자면 지역이 과학기술능력을 갖추고 유지하는 데
있다.

삼성자동차 문제로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부산을 보자.

부산경제가 삼성자동차 존폐에 좌우된다는 것은 이 지역 경제가 그만큼
허약하다는 뜻이다.

부산을 포함한 우리나라 지역경제가 혁신능력을 확보하는 데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지역소재 기업 대학공공연구기관 등 이른바 혁신주체들 스스로 노력
해야 한다.

지역소재 기업들은 적어도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Absorptive
capacity)을 갖추고 기술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켜야 한다.

지역대학들도 더 이상 상아탑에 머물지 말고 지역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적 인적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지역소재 공공연구기관들은 대학과 산업계와의 중간에서 허리역할을 담당
해야 한다.

둘째,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정부들은 지역 발전의 원대한 비전과 지역사회의 합의를 바탕으로
지역혁신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청사진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지방정부들은 적어도 과단위의 과학기술전담 조직을 설치, 과학기술진흥
계획을 마련하고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통해 지역경제발전을 크게 이룩한 독일의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국단위의 전담조직을 두고 있으며 이들의 연구개발투자 총액은 중앙정부의
투자와 비슷한 규모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지역발전에 있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자치단체장들의 신뢰가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지역경제 발전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단체장의 확고한
믿음에 바탕을 둬 왔다.

독일의 전통적인 광업지역인 자란트(Saaland) 주는 유명한 예다.

이 주는 60~70년대 이후 광업이 쇠퇴하면서 지역경제가 침체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지난 86년 오스카 라퐁텐이 주지사로 당선되면서 달라졌다.

그는 지역발전에 있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했다.

대학의 혁신능력을 높이고 공공연구기관들을 유치하고 이들의 연구결과를
지역산업계로 효과적으로 이전하기 위한 다양한 기구를 설립했다.

그후 10여년만에 자란트는 생명공학 환경공학 소프트웨어 등과 같은 첨단
산업구조를 갖춘 경쟁력있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넷째, 과학기술을 통한 지역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의 후원과 조정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16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혁신잠재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른바 자조를 위한 보조(Help fof self-help)의 원칙이다.

지역혁신주체들은 분업하고 상호협력하면서 경쟁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이같은 지자체간의 경쟁은 중앙정부의 부족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끝으로 지역의 과학기술과 경제 발전은 환경친화적으로 이뤄야 한다.

새롭게 부상한 미국의 실리콘밸리,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 등만 해도
환경이 매우 쾌적한 지역이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 신소재 기술 등 첨단기술은
대체로 환경친화적이다.

지자체들은 많은 첨단기술들 중 역사적으로 내릴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전제조건을 실현시키려면 최근 새로운 정책개념으로 대두되고 있는
지역혁신체제(Regional Innovation Systems)를 갖춰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중앙정부의 후원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지역소재 기업 대학 공공
연구기관들간 상호협력과 학습을 촉진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이 과학기술과 지식을 소중히 여기며 이를 습득, 활용할
때 지역은 학습지역(Learning Region)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지역의 과학기술력과 혁신잠재력이 높아지고 지역소재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

우리나라 지역경제가 하루빨리 효율적인 지역혁신체제를 구축.운용해 학습
지역으로 탈바꿈하기를 바란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지역도 효율적인 지역혁신체제를 갖춤으로써 일개
기업의 유치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굳건한 산업구조로 면모를 일신할 것을
기대해 본다.

< sychung@step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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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독일 슈투트가르트대 과학기술정책학 박사
<>독일 막스플랑크 사회연구소 초빙연구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