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시험대 오른 금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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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주위에서 종종 "천재"로 불린다.
사고도 그렇거니와 행동도 범인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언행을 보면 천재성이 다분하다.
기업이나 금융구조조정에 관한 그의 말을 들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혼자 있을때면 집무실 책상에 걸터 앉아 생각에 잠기는 모습도 천재성이
아니면 설명하기 힘든 행동이다.
최근 이 위원장의 천재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생명의 상장문제를 두고 이미 "설화"를 입은 터다.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제한조치로 투자자의 성토대상이 됐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서울은행 매각은 물건너 갔다.
작년 은행퇴출의 기세로 밀어붙이던 대한생명 정리에도 제동이 걸렸다.
대우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현대전자의 주가조작사건에 대해서도 금감위는 할 말이 없게 됐다.
금감위는 당시 현대증권의 혐의점을 포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작 현대증권을 주가조작사건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한나라당으로부터는 금융감독에 대해 책임지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의 총책임자로서 이 위원장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다.
그 답지않게 "대한생명이 그렇게 됐고 제일생명이 알리안츠에 팔려 (생보사
상장시비 부담을 덜게 돼) 다행이다"는 신중하지 않은 말까지 할 정도다.
그러나 곰곰 따지고 보면 그의 천재성은 상황적 요소에 의해 두드러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직후인 작년에 금융기관이나 기업퇴출에 감히
제동을 걸 기관은 없었다.
전화 한 통화로 환율과 금리를 다스릴 수 있다고 믿는 재경부 관리들이
금감위 참모로 들어앉아 막강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박식하기만한 박사들이 구조조정의 기본적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런 환경은 이제 고스란히 천재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친정이 재경부인 관리들은 아직도 힘으로 시장을 제어하려고 한다.
끝없는 아이디어의 원천이었던 박사들도 어찌된게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관리들의 못된 버릇부터 먼저 배웠다.
이들은 금감위가 "한다면 한다"는 식으로 일을 밀어붙였고 결국 금감위의
위상에 흠집을 내고 말았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 위원장이 이제라도 그의 천재성을 약화시키는 요소를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 하영춘 증권부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
사고도 그렇거니와 행동도 범인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언행을 보면 천재성이 다분하다.
기업이나 금융구조조정에 관한 그의 말을 들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혼자 있을때면 집무실 책상에 걸터 앉아 생각에 잠기는 모습도 천재성이
아니면 설명하기 힘든 행동이다.
최근 이 위원장의 천재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생명의 상장문제를 두고 이미 "설화"를 입은 터다.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제한조치로 투자자의 성토대상이 됐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서울은행 매각은 물건너 갔다.
작년 은행퇴출의 기세로 밀어붙이던 대한생명 정리에도 제동이 걸렸다.
대우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현대전자의 주가조작사건에 대해서도 금감위는 할 말이 없게 됐다.
금감위는 당시 현대증권의 혐의점을 포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작 현대증권을 주가조작사건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한나라당으로부터는 금융감독에 대해 책임지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의 총책임자로서 이 위원장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다.
그 답지않게 "대한생명이 그렇게 됐고 제일생명이 알리안츠에 팔려 (생보사
상장시비 부담을 덜게 돼) 다행이다"는 신중하지 않은 말까지 할 정도다.
그러나 곰곰 따지고 보면 그의 천재성은 상황적 요소에 의해 두드러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직후인 작년에 금융기관이나 기업퇴출에 감히
제동을 걸 기관은 없었다.
전화 한 통화로 환율과 금리를 다스릴 수 있다고 믿는 재경부 관리들이
금감위 참모로 들어앉아 막강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박식하기만한 박사들이 구조조정의 기본적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런 환경은 이제 고스란히 천재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친정이 재경부인 관리들은 아직도 힘으로 시장을 제어하려고 한다.
끝없는 아이디어의 원천이었던 박사들도 어찌된게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관리들의 못된 버릇부터 먼저 배웠다.
이들은 금감위가 "한다면 한다"는 식으로 일을 밀어붙였고 결국 금감위의
위상에 흠집을 내고 말았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 위원장이 이제라도 그의 천재성을 약화시키는 요소를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 하영춘 증권부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