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효라고 선언한 이튿날인 3일 서해5도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백령도 등 서해 5도 어민들은 정상조업에 나서긴 했으나 언제 어떤 일이
터질 지 몰라 불안해했다.

어구를 손보는 등 겉으로는 일상생활과 다름없었으나 북한의 도발적 "발언"
으로 제2의 서해교전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들이었다.

특히 어민들은 인천해양경찰서와 옹진군이 비상대책에 나서고 북한의 도발에
응징하겠다는 선언을 했다는 소식에 초조해했다.

옹진군의 경우 군청에 상황실을 긴급 설치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생필품
비축에 들어가기도 했다.

상황실에는 여객선운항 어선조업 주민동향 생필품비축 대피시설점검 등 5개
반으로 "서해5도서 주민안정 대책반"이 구성됐다.

인천해경은 조업을 나갈 경우 2.3척이 선단을 이루어 나가도록 지도하고
있다.

외형만 보면 어민들의 모습은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와 소청도 어선 1백20척은 이날 오전 5시께부터 우럭과
놀래미 잡이에 나섰다.

그러나 혹시 돌발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듯 매우
조심스럽게 조업을 했다.

새벽에 조업을 나갔다가 불안을 느껴 일찍 섬으로 돌아오는 어선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또 조업나간 어민들은 긴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무전기와 라디오를 열어
놓는 등 긴급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조업했다고 한다.

이곳 어민들은 우선 생업이 크게 타격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지금은 우럭 놀래미 잡이철.

제철인 4~6월은 지나갔지만 9월초부터 11월초까지 우럭잡이가 생계의 큰
몫을 차지한다고 어민들은 말했다.

대청도 어촌계장 이권(41)씨는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서해5도가 북한 땅이라니 말이 되느냐"며 "어왕도 좋지 않은데 툭하면 북한이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백령도 어선 1백30여척 대부분도 이날 오전 6시께 모두 정상 출어했다.

백령도 주민들은 아직까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언제
돌발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군부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백령도 북포1리의 김길녀(여.47)씨는 "멸치를 잡을 시기인데 긴장상태가
지속되면 조업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곧이어 9월중순이면 꽃게잡이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에 분위기가 잡혀야
한다고 한숨을 지었다.

연평도 주민들도 이날 오전 9시께 마을 어귀 등에 삼삼오오 모여 어구를
손질했다.

어민들은 "아무 일이 없었으면" 하고 기대했으나 북측의 행동이 워낙
예측불허여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주부들은 최악의 사태로 번질 경우 연평도가 북한의 첫번째 공격목표가
될 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을 내비쳤다.

연평어민회 부회장 이진구(42)씨는 "지난번 연평해전으로 큰 피해를 입어
아직까지도 정상적인 생계유지가 힘든 상황"이라며 "또 한번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 백령도=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