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저가제품 공세에 밀려 세계시장에서 쇠퇴일로를 걷던 한국산 PC가
급속히 되살아나고 있다.

검증받은 기술력, 핵심부품의 안정된 공급기반, 순발력있는 마케팅을
무기로 해외시장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세계 업계에서는 PC생산기지로 한국을 대만보다 높이 평가하기 시작
했다.

한국 PC 수출은 지난 89년 9억7천3백만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이후
급속한 감소추세를 보여 왔다.

96년에는 1억5천8백만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들어 상반기에만 7억5천7백만달러를 수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배를 기록했다.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은 삼보컴퓨터.

삼보는 미국판매법인인 이머신즈의 저가 PC를 무기로 미국시장을 휘어
잡았다.

코리아데이타시스템스(KDS)와 합작으로 세운 이머신즈는 지난해말 파격적인
가격인 3백99달러와 4백99달러짜리 PC(e타워)를 처음 선보이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8월까지 미국시장에서 판매한 물량만 1백만대로 HP 컴팩에 이어 현지 PC
업체 랭킹 3위에 올랐다.

삼보는 HP에도 올해부터 매년 1백만대의 데스크톱 PC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삼보가 이머신즈와 HP를 통해 내보내는 수출물량만 연간 3백만대.

지난해 PC 내수시장 규모가 1백23만대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LG전자는 세계 메이저 PC 업체로부터 인정받는 아웃소싱업체로 자리를
굳혔다.

컴팩에 노트북 PC를 내보내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미국 애플컴퓨터의 히트
상품 아이맥을 전량(연간 60만-80만대)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IBM과 게이트웨이에도 노트북 PC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LG전자의 올해 PC 수출대수는 1백50만대를 넘길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98년 28만대를 수출한데 이어 올해에는 노트북 등 고가제품
중심으로 50만대를 내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통신은 수출용 모델인 5백달러대의 초저가 PC를 개발, 미국 현지 유통
업체 퓨처파워를 통해 일체형 PC(E파워) 판매에 들어간다.

최근에는 1백만대, 7억달러어치의 PC공급 계약을 미국 유통업체와 맺었다.

국내 PC산업의 이같은 강세는 막강한 부품산업이 떠받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메모리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CD롬드라이브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PC 핵심부품의 최대공급기지로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핵심부품의 안정된 공급기반이 PC 완제품 수출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가 되고 있다.

철저한 현지시장 분석과 효과적인 마케팅능력도 상당 수준 축적돼 있다.

어떤 제품이 해외시장에 먹혀들 수 있는지를 연구, 전략상품을 개발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삼보컴퓨터와 KDS가 세계시장의 초저가 PC바람을 먼저 읽고 e타워를 내놓아
미국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이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