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구당 자녀수는 1960년대 초반까지도 5명 정도였지만 1990년대에는
2명 이하로 격감했다.

이 기간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은 수십 배로 상승했다.

경제학적 분석을 위해 자녀를 재화로 간주하면 소득이 증가할 때 그 수요가
감소했으므로 자녀를 열등재라고 할 수 있을까.

여자들이 자녀를 과거보다 적게 출산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정부의 지속적인 산아제한 정책, 효과적인 가족계획 방법의 보급이 자녀수를
감소시켰으며 여성의 고용기회가 확대되면서 결혼연령이 높아져 한 두 명의
자녀를 낳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게리 베커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소득증가를 지적한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부모는 자식을 낳아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과 자식으로
부터 얻게 되는 효용을 고려하여 자신의 소비와 자식의 수 및 유산을 결정
한다.

부모가 자녀로부터 얻게 되는 효용은 자녀의 수뿐만 아니라 각 자녀의
질에도 달려 있다.

부모의 효용은 자녀가 많을수록, 각 자녀가 우수할수록 증가한다.

자녀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투자이다.

1960년대에는 5명의 자녀를 낳아 중학교까지 교육시켰으나 1990년대에는
2명의 자녀를 낳아 대학까지 교육시킨다.

즉 자녀가 정상재라도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자녀의 수가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자녀의 수를 줄이는 대신 질을 높여 과거보다 더 높은 효용을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양과 질의 상호작용이라고 한다.

그는 범죄와 부정에 대해서도 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주어진 자원을 가지고 범죄와 부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적발률과
형벌 그리고 부정을 막는 제도적인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동일한 비용이 사용될 때 형벌을 엄하게 하는 것보다
적발률을 높이는 것이 범죄억제 효과가 크다.

필자는 이 이론에 입각해서 부당노동행위 및 기업가의 부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우리나라의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공무원 부정을 막기 위해서는 청렴결백하라고 주문해 봐야 별 효과가
없으며 적절한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에 베커는 담배나 마약 등에 대한 중독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제시했다.

담배나 마약은 소비하면 할수록 그 한계효용이 증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 소비하게 되면 끊을 수 없게 된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건강에 해로운 줄 알면서 담배를 피우고 마약을 먹는
것도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다.

이 선택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들을 정책을 통해 변화시킴으로써 담배나
마약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약을 한 두 번 복용하면 계속 복용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생긴다.

담배도 몇 번 피우다 보면 자꾸 피우고 싶어진다.

이런 중독현상을 경제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할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재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가.

그렇다면 이것은 효용함수가 변하지 않는다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과
어긋나는가.

이러한 재화는 지금까지 소비한 양이 현재의 효용함수에 영향을 준다.

지금까지 한번도 소비한 적이 없으면 그 재화에 대한 소비 욕구는 매우
작지만 지금까지 소비한 양이 많을수록 소비 욕구는 커지게 된다.

현재의 효용함수는 과거의 소비에 영향을 받아 변하지만 이 관계를 고려한
총효용함수(extended utility function)는 변하지 않는다.

마약이나 담배는 지금까지 많이 소비하면 할수록 현재 그 재화를 소비함으
로써 얻게 되는 한계효용이 커져 더 많이 소비하려 하고 이 과정은 반복되면
서 정도가 심해진다.

<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kpark@cc.sungshi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