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결과를 조사자의 의도나 편견에 따라 마음대로 해석하여 결과를 왜곡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1965년에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한 사회학 교수는 간단한 조사결과를 발표
했다.

한 선거에서 22쌍의 부부의 투표성향을 분석했더니 22명의 부인 중에서 단지
한 명만이 남편과 다르게 투표를 했고 나머지는 모두 남편과 같이(남편이
표를 던진 후보에게) 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놓고 여성운동론자들은 불만스러운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 여성이 선거참정권을 쟁취한 지도 50여년이 되었는데도 자기의 의견에
따라 투표를 하는 여성이 22명 중에 단지 한 명뿐이라는 사실은 여성운동이
가야할 길이 멀다는 해석이었다.

그런데 이 결과에 대해 한 독자(물론 기혼 남성)는 타임(Time)지에 다음과
같은 기고를 했다.

"내 생각에 여성운동론자들은 이 조사결과에 대단히 만족하리라 생각한다.
그동안 여성운동은 많은 성취를 이루어왔음에 틀림이 없다. 왜냐하면 여성의
선거참정권이 허락된 지 5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22명의 남편 중에서
부인과 다르게 투표를 할 용기를 가진 남편은 겨우 한 명뿐이었으니까."

이렇듯 주어진 결과를 자기 쪽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예는 우리 주변에
흔하다.

회사의 작년 이익의 크기를 놓고 노조에서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해석하고 경영자측에서는 임금동결이 불가피함을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올해의 물가인상률을 놓고 여당은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고 야당은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해석한다.

"JP바람 불것, 세명 중 한명꼴" 이 제목은 6.27 지방선거 당시 한 일간지의
기사제목이다.

기사제목으로는 JP바람이 불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조사결과를 보면 JP
바람이 불 것이라는 응답은 33%였고 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67%였다.

JP바람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 김진호 국방대학원 교수 gemkim@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