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옆에 건설되고 있는 JW메리어드 호텔에서 최근
침대 입찰이 있었다.

수량은 6백84세트.

적은 규모가 아니어서 불황에 허덕이는 침대업체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한판 승부처였다.

경쟁입찰은 값을 가장 싸게 제시한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되는 게 통례.

이 호텔은 뜻밖에도 경쟁사들보다 42~72%나 높게 써낸 씰리매트리스(씰리
침대 국내생산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했다.

품질을 중시한 데 따른 것.

최고급 호텔을 목표로 하는 이 호텔로서는 값은 조금 비싸도 좋은 침대를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동안 조용히 영업해오던 씰리코리아로선 일거에 기세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은 물론이다.

씰리코리아는 미국의 침대 매트리스 업체인 씰리가 설립한 한국지사.

96년1월 진출했으나 약 3년동안은 국내 생산공장 확보 등 준비기간이었고
본격적인 시판은 올해초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모텔급 숙박시설이나 기업체연수원 등에 납품하다가 일류호텔에
공급계약한 것은 이번이 처음.

씰리는 미국내 시장점유율 1위이고 세계 25개국에 합작공장이나 라이선스
생산계약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침대분야의 거인.

그런데도 걸음은 매우 느리다.

몇년내 시장점유율 1위 등 의욕적인 목표를 세울 만도 하다.

더구나 침대는 한국적인 상품이 아니라 서구에서 출발하고 발달한 것
아닌가.

하지만 씰리의 생각은 다르다.

올해 매출목표를 기껏 60억원, 내년에는 80억원으로 잡고 있다.

국내 중견가구업체의 매출에도 못 미치는 정도.

여기엔 이유가 있다.

씰리는 무엇보다 품질을 중요시한다.

당장 많이 팔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하지 않는다.

황소걸음으로 가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한걸음씩 나아가자는
전략이다.

씰리의 미국내 매트리스 매출은 지난해 8억3천9백만달러에 달해 시장점유율
21.6%를 차지했다.

썰타 시몬스 스프링에어 등 이른바 "빅4S"가운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백18년의 오랜 역사와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씰리는 독특한 기술을 많이 갖고 있다.

무거운 것은 강하게 가벼운 것은 부드럽게 받쳐주는 포스처텍 코일과
가장자리가 기울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에지가드 강철빔 등 현재 갖고 있는
특허만 6가지가 된다.

이들 기술은 하나하나 인체공학에 바탕을 두고 개발된 것.

이를 국내 공장에서도 그대로 제품화할 수 있는지 수없이 테스트한 뒤
비로소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안감의 옆면은 매트리스 내부에 있어 소비자 눈에 안 띈다.

따라서 복잡하게 박음질을 하지 않아도 소비자로선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꼼꼼히 처리하는 게 한가지 예다.

원가가 10% 더먹히는 스프링 이중열처리도 마찬가지.

"품질이 좋으면 결국은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는다는 게 씰리의 철학이며
이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김인호 씰리코리아 대표는 설명한다.

씰리코리아는 한국내 씰리침대에 관한 사업을 총괄한다.

브랜드관리 수출입관리를 포함해서.

생산은 오산에 있는 씰리매트리스가 담당하고 있다.

판매는 보루네오가구 노송가구 S&K인터내셔널 씰리침대 등이 맡고 있다.

씰리코리아는 올 연말께 매트리스 생산업체인 씰리매트리스와 합쳐 합작법인
형태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씰리코리아가 추구하는 목표는 아시아시장 진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침대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이미 진출한 25개국에서의 성공을 거울삼아 한국을 발판으로 아시아시장
장악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 김낙훈 기자 nh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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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립 : 96년1월
<> 사무소 : 서울 서초구 반포동 58의8 신성빌딩
<> 대표 : 김인호
<> 주요 사업 : 씰리 매트리스의 브랜드 관리 및 제조 판매
<> 인원 : 16명
<> 매출계획 : 올해 60억원, 내년 80억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