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버그스텐 <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 >

제7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오는 12~13일 이틀간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열린다.

APEC 정상회의는 초반기(1차에서 4차까지)에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 93년 시애틀 회의에서는 "아.태 지역경제 커뮤니티" 창설에 합의했다.

94년 보고르 회의에서는 선진 회원국들은 2010년, 나머지는 2020년까지
"역내 자유개방 무역 및 투자"를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95,96년의 오사카와 마닐라 회의에서는 이러한 논의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마련됐다.

무역자유화에 관한 주요 의제들도 마닐라 회의에서 결정됐다.

그러나 그후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97년에 개최된 밴쿠버 회의에서는 아시아금융위기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도 못했다.

특히 작년의 콸라룸푸르 회의에서는 성과가 전무했다.

APEC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다.

APEC의 최대 문제는 자유무역 의지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들어 자유무역과 관련된 새로운 제안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APEC의 급선무는 모두 아.태 지역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일본과 미국이
앞장서서 해야 할 것들이다.

일본은 사상 최대의 무역 흑자를 올리고 있으나 자국의 수산물과 임산물산업
보호를 위해 이 분야의 무역자유화를 꺼리고 있다.

미국은 사상 최장의 호경기를 누리고 있지만 무역정책에서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정부는 지난 5년간 미국의 무역장벽완화법을 마련하려고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게다가 빌 클린턴 대통령은 중국상품의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중국의 시장
개방확대 및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제안을 거부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무역정책은 자유화를 향해 나아가든지, 보호주의쪽으로
뒷걸음치든지 둘 중 하나였다.

불행히도 지금 무역장벽을 낮추자는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럽과 중남미 일본 미국 등 여러 지역에서 보호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따라서 무역자유화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다시 경주해야 한다.

이번 APEC 정상회의야말로 이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오클랜드 APEC 정상회의는 단순히 12월 시애틀에서 열릴 "WTO 신다자간무역
협상"을 축하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APEC은 WTO의 치어리더가 돼서는 안된다.

치어리더에 그칠 경우 APEC은 "보고르 선언"을 실행할 수도 없고 무역자유화
선도 역할을 수행할 수도 없다.

또 미국정부가 의회로부터 패스트트랙(국제무역협상의 신속처리)권한을 얻기
전에는 WTO 내에서도 아무런 결실도 볼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앞장서지 않는 한, 농산물시장 등 사안이 민감한
부문에 대해서는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하나의 거대한 자유무역지대로 만들기위한 협상이 개시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진전된 것이라고는 거의 없다.

미국정부의 패스트트랙 부활시도는 의회에서 두번이나 퇴짜를 맞았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다.

대외통상정책을 놓고 미국행정부와 의회간의 대립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APEC은 무역자유화 논의를 활성화하고 국제 지도력을 회복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가지 일을 해야 한다.

첫째는 오클랜드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힘을 합쳐 2010년 또는 2020년까지
무역자유화를 달성하기 위한 APEC의 결정을 WTO가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APEC이 다자간 무역체제의 리더가 돼야 한다.

이와함께 비APEC 회원국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보고르 선언을 이행해야
한다.

둘째는 APEC지도자들이 자유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아.태지역 안에서
소지역(sub-regional)간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이 소지역중 가장 유력한 곳은 태평양 5개국(P5:호주 칠레 뉴질랜드
싱가포르 미국)그룹이다.

P5회원국들은 WTO나 APEC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는 오는 2010년까지
모든 무역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또 이보다 더 광범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가 P5 자유화를
APEC 전체와 전세계적인 협정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이 두가지 조치가 취해진다면 이번 오클랜드 정상회의는 대성공이다.

지금 세계는 국제무역시스템을 이끌어갈 리더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오클랜드 정상회담은 APEC이 국제무역체제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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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지 최신호(9월9일자)에 실린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소장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APEC현인그룹 의장을 역임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