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수감생활 31년만에 가석방된 권희로(71)씨는 고국에서의 여생을
봉사활동을 하면서 평화롭게 보내겠다고 말했다.

당장은 바쁜 스케줄이 잡혀있다.

귀국 이튿날인 8일엔 부산시 금정구 오륜동 오륜직업훈련학교(옛 부산
소년원)와 경주 나자레원을 방문한다.

나자레원은 한국인과 결혼한 뒤 해방후 일본으로 귀국하지 못한 일본인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곳.

자신이 일본에서 고생했던 것과는 달리 이곳에선 도움을 줄 수 있는
일거리를 찾을 계획이다.

9일에는 서울을 방문, 석방에 도움을 준 정해창 전법무장관, 시인 구상씨
등을 만날 계획.

자신의 일생을 "김의 전쟁"으로 영화화한 한진영화사 한갑진 대표와의
면담도 잡혀있다.

건강진단도 서울에서 받는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회장인 정몽준 의원 등이 마련해 준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정착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어머니의 고향(부산 영도)에 아직 남아있는 자신의 호적도 찾게 되고
늦게나마 주민등록증도 교부받는다.

권씨는 후견인인 박삼중스님의 배려로 진모(55.식당경영)씨의 뒷바라지를
받게된다.

진씨는 삼중스님이 주지로 있는 자비사의 신도로 어느정도 재력이 있는
데다 운전에도 능숙해 한반도 각지를 돌아 다니고 싶다는 권씨의 반려자로선
적임자인 셈.

권씨는 이후 삼중스님과 함께 전국을 순회하며 국민들에게 귀국인사를 할
계획이다.

한동안은 재소자 교화와 불우 이웃 방문, 직장인 상대 강연활동 등에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권씨는 어느정도 생활이 안정되는 대로 밤시간을 이용,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글로 남기기 위한 수기집필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와함께 삼중스님과 함께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에 사회복지법인 삼중원을
설립, 이 곳의 명예원장을 맡아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자신이 어머니에게
못다한 효도를 대신 베풀 예정이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