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사태가 내전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등 인도네시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조짐이다.

이에따라 인도네시아의 경제회복은 더욱 늦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네시아 증시의 JSX지수는 지난 6일 540.43포인트로 주말보다 4.4%나
떨어졌다.

7일엔 최근의 급락에 대한 반발매수로 4.9포인트 오른 채 마감됐지만
이같은 수준은 올 최고치인 716.46(지난 6월12일)에 비해 25% 가까이 빠진
것이다.

7월초 달러당 6천6백~6천8백루피아대를 나타냈던 루피아 가치 역시 최근
달러당 8천1백대로 추락했다.

자카르타 외환시장에서 루피아는 이날 달러당 8천1백40~8천1백80루피아에
거래됐다.

홍콩주재 노무라증권의 경제분석가인 아드리안 포스터 씨는 "동티모르사태로
루피아화 가치는 달러당 10,000루피아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7백억달러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기업들의 해외부채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인도네시아 금융위기는 IMF 등 국제기구들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지원중단을 시사,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과 루피아를 대량 투매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존 하워드 호주총리는 지난 6일 "IMF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동티모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을 경우 지원프로그램의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IMF가 정치적 문제를 이유로 지원 중단을 검토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다.

IMF는 지난 97년 7월 시작됐던 인도네시아 외환위기와 관련 총 4백30억달러
규모의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현재 1백20억달러를 집행했다.

세계은행(IBRD)도 IMF와 비슷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차기 이사회에서
동티모르 문제를 의제로 채택키로 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날 동티모르 독립운동 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에
대해 가택연금을 해제하고 동티모르 일원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령은 새벽 0시를 기해 발효됐으며 인도네시아 군이 동티모르 상황을
통제하게 됐다.

그러나 AFP통신 등 외국언론들은 이날 친 인도네시아계 민병대와
인도네시아군에 의한 폭력과 주민탈출 등 무정부 상태는 여전하다고
보도했다.

AFP는 인도네시아군이 민병대와 합세, 지난 72시간동안 수천명의 독립지지파
주민들을 동티모르 밖으로 몰아냈다고 전했다.

호주의 동티모르국제지원센터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군과 민병대가 6일
하루에만 어린이를 포함 1백70명을 살해하고 희생자 목을 딜리시내에 내거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동티모르 폭력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국제사회는 UN평화유지군 파병
등 개입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날 유엔이 5천~7천명의 국제평화유지군을 파견할 계획
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유엔의 파병계획이 진척되고 있다며 안보리와 인도네시아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도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의 질서와 치안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지금의 상황이 초래됐다며 인도네시아 정부에 국제사회의 개입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도날드 매키넌 뉴질랜드 의무장관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동티모르 사태를 다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