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들도 골프규칙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없다.

규칙위반으로 실격까지 당하는 것을 가끔 본다.

그들은 분명 아마추어보다는 규칙에 능통하다.

하지만 긴장상태에서 대회를 치르다보면 알게 모르게 규칙을 어길수 있다.

올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골프대회에서도 규칙에 연루된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

99년 규칙위반 사례 또는 규칙과 관련한 해프닝을 모았다.

<> 캐리 웹의 2벌타

1월30일 플로리다주 아이비스GC 17번홀.

미LPGA투어 오피스데포 3라운드가 열렸다.

웹의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편 워터해저드에 떨어졌다.

볼이 4분의 1쯤 물에 잠겼으나 웹은 그냥 샷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웹은 샷직전 무의식적으로 클럽헤드를 물에 댔던 것.

뒤늦게 놀란 웹은 클럽을 치켜들었으나 때는 늦었다.

규칙 13조4항b에 따라 2벌타를 받아야 했다.

해저드에서는 스트로크전에 클럽헤드를 지면이나 수면에 대면 안된다.


<> 타이거 우즈의 로큰롤

1월31일 미PGA투어 피닉스오픈 최종일이 열린 스코츠데일TPC 13번홀.

당시 세계랭킹1위 타이거 우즈가 티샷한 볼이 코스에 있던 바위앞 1.8m지점
에 멈추었다.

바위가 스탠스를 취하거나 스윙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플레이선상에 가로놓여 있어 볼이 부딪칠 염려가 있었던 것.

영악한(?) 우즈는 바위가 땅에 박혀있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무게가 4백50kg으로 밝혀진 그 바위를 여럿이 밀면 치울수 있을 것 같았다.

우즈는 경기위원에게 "움직이는 바위는 루스임페디먼트로 취급할수 있으니
치우겠다"고 말한뒤 10여명의 갤러리들 힘을 빌려 바위를 치웠다.

결국 버디.

그러나 그후 인터넷 골프웹사이트에는 "우즈니까 그럴수 있지 않으냐"며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규칙23조와 관련판례에는 "큰 바위라도 땅에 단단히 박혀있지 않으면
루스임페디먼트다.

이것은 경기를 부당하게 지연시키지 않으면 치울수 있다.

치울때 동반경기자 캐디 갤러리의 도움을 받을수 있다"고 돼있다.


<> 경기위원도 실수할 때가 있다

2월7일 남아공투어 디멘션데이타대회 4라운드가 열린 게리플레이어CC
18번홀.

미국의 스콧 던랩이 그린사이드 벙커에서 샷을 했다.

그러나 볼은 10야드 전진해 다시 벙커에 떨어졌다.

두번째 벙커샷 직전 캐디가 처음 벙커샷을 한 곳을 평평하게 골랐다.

경기위원이 달려와 던랩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던랩은 규칙위반이 아니라며 길길이 뛰었다.

위원은 결국 R&A에 전화를 했고 R&A는 "벌타가 아니다"고 해석했다.

13조4 예외2항에 "플레이어가 스트로크를 한후 그 캐디는 라이를 개선하거나
플레이어를 원조하지 않는한 언제든지 플레이어의 승인없이 해저드내의
모래나 흙을 정지할수 있다"고 돼있다.


<> 베른하르트 랑거의 착각

2월7일 그레그 노먼 홀덴대회 최종라운드가 열린 시드니의 더 레이크코스
18번홀 그린.

랑거는 2.7m 보기퍼팅을 앞두고 있었다.

성공하면 마이클 롱과 연장돌입 상황.

그런데 랑거는 볼을 리플레이스하기 전에 볼마커를 들고 말았다.

볼을 리플레이스한뒤 마커를 집어올렸어야 했는데 순서가 바뀐 것이다.

경기위원은 1벌타를 부과했다.

랑거는 2퍼팅까지 해 결국 트리플보기로 홀아웃했다.

우승까지도 바라볼수 있었던 상황이 사소한 실수로 랑거를 3위로
끌어내렸다.

20조1항은 "마크하지 않고 볼을 리플레이스하면 1벌타"라고 규정돼있다.


<> 안 풀리는 닉 팔도

3월28일 미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4라운드.

플로리다주 소그래스TPC 6번홀.

팔도의 세컨드샷이 야자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그는 숲속의 볼이 자기것임을 확인할수 없자 분실구로 생각하고 전위치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동반자인 코리 페이빈이 "당신 볼이 맞는것 같은데 언플레이블을
선언하고 그 옆에 드롭하고 치지"라며 조언했다.

그는 페이빈 말대로 했다.

그러나 다음홀에서 불행이 기다렸다.

경기위원이 다가와 "본인 볼임을 확인했는가"고 물었고 팔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위원은 "그러면 분실구처리를 하고 원위치에서 다시 쳐야 했다. 오소플레이
를 했고 이미 6번홀을 벗어났기 때문에 실격이다"고 통보했다.

관련규칙 2장26항a.

<> 양심적 플레이는 언제나 아름답다

프랭키 미노자.

일본선수를 제외하고 아시아권에서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필리핀의
간판프로다.

3월28일 일본투어 KSB오픈 최종일이 열린 마린힐스CC 4번홀 그린.

당시 그는 선두를 2타차로 쫓고 있었다.

그가 퍼팅하려는 순간 볼이 1cm 정도 움직였다.

본인외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미동이었다.

그러나 그는 "어드레스후 볼이 움직였다"(18조2항b)며 스스로 1벌타를
부과했다.

그는 1타차로 2위를 했다.

훌륭한 선수는 어디가 달라도 다른가.


<> 괴짜의 실수는 실격으로 이어졌다

모자 차양을 치켜올리는 것이 트레이드마크인 예스퍼 파니빅.

4월16일 미PGA투어 MCI클래식 2라운드(하버타운 골프링크스)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해 실격당했다.

퍼팅선상의 모래를 장갑으로 훔친 것.

규칙 16조1항에 "그린에서 모래 흙 나뭇잎 등을 치울 때에는 반드시 손이나
클럽으로 치워야 한다. 수건 모자 장갑 등으로 치우면 2벌타"라고 돼있다.

파니빅은 2벌타를 가산하지 않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가 스코어오기로
실격당했다.


<> 스타도 규칙앞엔 예외없다

박세리가 미LPGA투어 칙필A챔피언십 최종일(4월25일 이글스랜딩CC) 15번홀
에서 슬로플레이로 2벌타를 받은 것은 "슬로플레이엔 예외없다"는 최근의
추세를 반증한다.

슬로플레이에 대한 해석이 객관성을 잃을 수도 있지만 스타급 선수라도
이제는 플레이속도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같다.

< 김경수 기자 Ksm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