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로씨는 7일 가출옥을 앞두고 "일본인에 대해"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관계자를 통해 아사히신문에 전달했다.

후추형무소(도쿄시)에서 손으로 쓴 편지를관계자에게 소내에서 다시
받아쓰게 한것이다.

날짜는7일.

마지막에는 권(김)희로라는 서명이 붙어있다.

다음은 메시지의 내용이다.

일본의 속담가운데 "정들면 고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일찍이 일본측의 사정으로 강제로 일본인으로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일본측의 사정으로 강제적으로 한국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한 역사를 가진 재일한국인인 내가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생활하면
그곳이야말로 ''정들면 고향''으로, 일본이 우리들의 고향이 돼버리는 것은
필연적인 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러한 한 사람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70여년을
살아왔습니다.

이 아름다운 일본 땅을 사랑하고 많은 일본사람들과 친교하면서 많은 추억
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형제도 친한사람도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내가 또다시 일본의 사정으로 이번엔 조국으로 돌아가게됐습니다.

내가 일본에서 어머니와 형제들과 함께 살아온지 70년간은 어떤것이었던가,
김희로사건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도대체 어떤문제가 있었던가, 이 모든
문제들을 앞으로 일본인 여러분들에게 물어갈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일본인 여러분에 대한 진정한 우호가 될것으로 생각하고
나의조국 대한민국 동포에 대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김희로가 일본적인 재일한국인이 겨우(석방된지) 두시간밖에 안돼 조국의
땅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탄 신세가 된 심경을 일본인 여러분은 과연 헤아릴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일본, 잘있거라.

일본에 행운이 있기를

-1999년9월7일. 권희로(김희로)


[ 권희로 일지 ]

<> 1928년 11월 :일본 시즈오카현 출생
<> 1935년 :어머니 재혼. 성을 김으로 변경
<> 1968년 :2월20일 폭력단 두목 등을 총살. 이튿날 후지미야 여관을
점거하고 민족차별문제 호소.24일 체포돼 시즈오카 구치소에 수감
<>1975년 :구마모토 형무소 24년간 복역
<>1999년 8월23일 :일본 법무성, 김씨와 삼중 스님에게 석방 결정 통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