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지하철 2호선에 선릉역이 있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선릉에 조선조 9대 임금인 성종이 모셔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여기에는 성종의 능뿐만 아니라 그의 둘째 아들 중종의 능인 정릉도 함께
있어 선정릉이라 부르며, 사적 제199호로 지정되어 있다.

성종은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왕위를 물려 받았음에도 탁월한 능력과
지도력을 발휘하여 재임 25년 동안 수많은 치적을 남겼다.

경국대전을 완성하여 조선의 통치기반이 되는 법제를 완비하였으며, 토지의
세습과 관리들의 수탈을 방지하기 위해 관수관급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또 학문과 교육을 장려하고 동국여지승람, 삼국사절요 등 각종 서적을
간행케 했다.

한마디로 성종은 조선조 초기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혁혁한 공적을 쌓아 왕조 5백년 역사의 뿌리를 든든하게 내리신 분이라고
할 수 있다.

11대 임금인 중종도 연산군 때의 여러 가지 폐정을 혁파하고 새로운
왕도정치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노력하였다.

숱한 사화와 당쟁을 겪는 와중에서도 향약을 전국적으로 보급하는 등
유교주의적 도덕윤리를 정착시켰다.

화폐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도량형의 일원화를 추진하는 등 여러 가지 경제
정책을 펼쳤다.

지금 우리 나라는 경제전반에 걸친 대개혁의 시대를 맞아 금융구조조정
기업체질개선 및 재벌개혁 등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무겁게 느끼면서 나름대로
정신없이 근무하다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거나 머리를 식히기 위해 커피
한잔을 들고 창 밖을 바라볼 때가 있다.

이제는 어느덧 강남 신시가지 도심의 한복판에 위치하게 된 두 분의 능원
을 바라보면서, 이곳의 무성한 나무들과 넓은 잔디밭이 오염된 시가지와
메마른 도시인들에게 신선한 공기와 자연의 여유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사실
을 새삼 느낀다.

또 한편 위기와 고통의 순간들을 항상 발전과 도약의 계기로 삼았던
옛 선조들의 용기와 지혜가 지금의 우리에게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