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처음 수를 세고 기록한 이후 중세까지는 수에 대한 신비사상이 수학
과 뒤섞여 있었다.

이것은 동서양수학사의 공통된 특징이다.

수를 만물의 근원으로 생각했던 피타고라스는 수 가운데서도 "그 수를 제외
한 약수의 합이 그 수 자체가 되는 수"라고 해 신성시했다.

6=1+2+3, 28=1+2+4+7+14이므로 6이나 28을 완전수로 보았다.

그가 신이 6일동안에 천지를 창조했다고 해석한 것이나 결혼적령이 28세라고
생각한 것도 완전수에 대한 일종의 믿음같은 것이었다.

특별한 수에 대한 생각은 중국에도 있었다.

음양철학에 바탕을 두었던 중국에서는 자연수인 1을 양, 2를 음으로 생각해
둘을 합한 3을 음양의 조화를 이룬 완전한 수로 여겼다.

또 홀수와 짝수를 하늘과 땅으로 대응시켜 9는 하늘, 10은 땅을 상징하는
마지막 수(종수)로 신성시 했다.

음악에서는 기본음을 내는 피리(황종관)의 길이를 9촌으로 한 것이나 달력을
만들때도 9의 제곱인 81분법을 썼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9는 "성스러운 수" 3의 3배나 강화된 의미를 갖기때문에 "포용의 종합"으로
도 받아들여졌고 "완성의 수"로도 여겨졌다.

10을 "완성된 전체"로 보는 기독교문화와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의 음양철학을 받아들인 우리나라에는 지금도 홀수가 겹친날, 다시말해
양이 겹친날이 모두 명절이다.

설날(1월1일) 삼짓날(3월3일) 단오(5월5일) 칠석(7월7일)은 요즘도 지켜지는
명절이지만 그 가운데 국화떡 국화주를 지고 산에 올라 단풍속에 하루를
즐겼던 9월9일 중양은 잊혀져 버렸다.

1999년9월9일 오늘은 1천년만에 한번 맞는 "완성의 수" 9가 5번이나 겹친
금세기 마지막 길일이다.

반갑지않은 "99 버그"가 걱정이긴 하지만 농진청이 어려워진 화훼농가를
위해 9송이의 꽃을 9명에게 보내기 캠페인을 벌인다는 소식에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9가 모두 7번이나 겹치면 찾아오는 행운도 그만큼 커질것만 같아서다.

국민 모두에게 행운의 날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