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시도하고 있는 변신
전략이 화제다.

이 회사는 지난달 10일 "e-GM"이라는 사업부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방식과 전혀 다른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생산, 판매에서부터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인터넷으로
처리한다는 것이 목표다.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온 스타"라는 신 개념의 서비스 프로그램이다.

각 자동차와 GM 본사의 서비스 센터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갖가지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전중 발생한 고장을 현장에서 해결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길을 잃었을 때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는 기능도 있다.

GM은 이미 부분 시행에 들어간 이 프로그램을 경쟁업체들에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한 방 얻어맞은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경쟁사들도 독자적인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중이라고 서둘러 발표하기는 했다.

그러나 언제 어떤 내용의 서비스를 개시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상태다.

경쟁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GM의 이런 변신에 대해 업계에서는 아직도
어리둥절해한다.

매너리즘에 젖어 있기로 유명했던 GM이 언제 이런 변신을 준비했느냐는
것이다.

GM은 이에 대해서도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기에는 환경이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자동차를 만든다는
관점만으로 회사가 움직였다. 그러나 이제부터의 GM은 인터넷 서비스 회사
라는 개념으로 운영될 것이다"

마크 호간 e-GM 담당 사장의 얘기다.

인터넷과 거리가 먼 자동차 회사가 이럴 정도니 다른 부문은 말할 것도
없다.

요즘 미국업계에서는 "e"자로 시작되는 사업 혁신 기법이 대유행이다.

"e(전자) 상거래" "e 비즈니스" "e 마케팅" 등등.

컴퓨터 네트워크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사는 몇년전부터 조금씩 도입하기
시작한 "e 엔지니어링" 덕분에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수주와 관련된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하면서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것이다.

이 회사가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처리하는 주문은 올들어 하루 평균
2천5백만달러 어치에 달한다.

총 수주의 78%가 인터넷으로 들어온다.

구매 상담의 경우도 71%를 온라인에 맡기고 있다.

이렇게 해서 접수된 주문량의 절반 이상은 또다시 인터넷을 통해 제조
협력업체들에 전달된다.

시스코사 직원들은 손 하나 까딱할 필요도 없다.

"e 엔지니어링"은 이 회사에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를 안겨줬다.

올들어 시스코의 순이익률은 18%로까지 솟구쳤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미국업계에 성공 사례만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성공담 뒤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실패 사례가 따른다.

처절한 좌절을 곱씹고 있는 기업과 경영자들이 훨씬 더 많다.

사이버 혁명이 불어닥쳤는데도 "설마"만을 되뇌며 현실에 안주한 결과다.

컴퓨터업계에서 "스타 경영인"으로 대접받았던 에커드 파이퍼 전 컴팩컴퓨터
회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재임시절 그는 대리점 수를 줄이고 온라인 판매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변의 건의를 묵살했다.

그러는 사이에 인터넷 기법으로 무장한 신진업체들이 맹렬히 추격해 왔다.

컴프유에스에이 스테이플즈 등의 후발업체들이 온라인 파워를 등에 업고
컴팩의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위기에 빠진 컴팩 이사회는 지난 4월17일 파이퍼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
즉석 해임하는 쿠데타를 단행했다.

"변해야 산다"는 구호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기업들을 다그쳐 왔다.

그러나 "요즘처럼 이 구호의 절박함을 실감하는 적이 없다"(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 회장)고 기업 총수들은 입을 모은다.

맹렬한 스피드로 달려 오고 있는 "디지털 사이버 혁명"에 대한 대응을
조금만 꾸물거렸다가는 기업이 존폐의 기로에까지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천년을 눈앞에 둔 요즘 미국 기업들은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에 한창
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