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 대표도 사외이사에 포함시켜라"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가 8일 개최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 관한
공청회"에서 재계와 시민단체들은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싸고 열띤 공방전을
펼쳤다.

이날 공청회에서 재계와 시민단체 대표로 나온 토론자들은 사외이사수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회 권한확대 등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이슈들에
대해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토론자들은 또 기업의 내부 지배구조 뿐아니라 외부감시체제 및 소유구조도
모범규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는 공청회 내용을 반영해 이달말에 모범규준
최종안을 확정한다.

공청회에서 나온 주요 토론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사외이사수 확대 바람직한가 =시민단체들은 이사회내에 사외이사를
과반수 이상으로 확대하는 모범규준안에 기본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사외이사의 구성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경실련의 강철규 중앙위원회 부의장(서울 시립대교수)은 "이사회의 기능상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다"면서 "소액주주, 채권단,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 대표를 사외이사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
했다.

김기원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실행위원(한국방송대교수)은 사외이사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행위원은 "모범규준 대로라면 사외이사가 재벌총수의 들러리가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재벌총수의 불법과 전횡을 방지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를
가진 인물로 사외이사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한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외
이사수를 현행처럼 4분의 1로 유지하되 사외이사 비율이 높은 기업에 대해
경영판단의 원칙을 폭넓게 인정하는 등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 감사위원회 권한은 적정한가 =모범규준상의 감사위원회 제도에 대해
재계와 시민단체 모두 이의를 단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황 연구위원은 "감사위원회가 업무집행의 타당성 감사
까지 할 수 있게 한 것은 지나치다"고 밝히고 "막강해진 감사위원회는 누가
감독하느냐"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감사위원회로의 전환은 장기과제로 하고 과도기적으로 사외이사가
주축이 되는 일본식 감사회를 구성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반해 참여연대의 김 실행위원은 "감사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두기
보다는 감사를 격상시킨 기구로 해야 한다"면서 "감사위원회에는 채권단
또는 기관투자가, 소액주주, 노동조합의 대표들이 각각 3분의 1씩 참여토록
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 집중투표제 반드시 도입해야 하나 =재계는 집중투표제를 도입을 의무화
하는데 반대했다.

안복현 제일모직 대표이사는 "집중투표제는 멕시코 칠레 러시아 등 3개국을
제외한 세계 어느나라에도 강제 규정화되어 있지 않다"며 법적 안정성 차원
에서도 현행대로 기업자율에 맡길 것을 주장했다.

반면 시민단체쪽은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할 수 없도록 강제 규정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의 김 실행위원은 "지금까지 어떤 기업도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을 배제한다고 명문화한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유명무실
한 집중투표제를 권고사항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의 강 부의장은 집중투표제 대신 전체 주식의 10% 이상을 모은 주주들
에 대해선 1명의 이사를 임명하는 권한을 부여하자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 집단소송제도 도입해야 =경실련의 강 부의장은 "모범규준이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의 내부 지배구조 뿐아니라 외부감시
체제에 대해서도 모범규준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0대 계열사의 경우 재벌총수가 6~7%, 계열사가 44%를 보유, 합계
50%를 넘게돼 주주총회에서 지배주주의 의견만 반영될 소지가 크다"며
"계열사 상호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그는 집단소송제와 단독주주권을 도입하고 소유구조도 선진국처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도록 바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정경제부의 최중경 과장은 "정부가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
을 기울였지만 체질화된 형태로 정착시키지는 못했다"며 "모범규준의 핵심
내용은 법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황 연구위원은 "모범규준의 주요내용에 대해 정부차원
에서 법률개정을 통한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모범규준은 기업이
투자자와의 관계속에서 자율적인 지배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여지를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김병일 기자 kb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