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은 하나,노사도 하나"

8일 오후 전남 담양군 가마골 야영장.

여느때 같으면 좀처럼 함께 만나기 힘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장과 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가 1천1백여명이나 모였다.

참석자의 절반은 광주.전남북에서,나머지 반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왔다.

한 회사에 2~3명씩 모두 5백13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노사화합을 통해 동서화합을 이끌어 내는데 기여하기 위해 추월산
깊숙한 곳까지 찾아왔다.

노동부와 한국경제신문이 함께 펼치고 있는 "신노사문화 창출" 운동을
국민화합 캠페인으로 승화시키자는 뜻을 가슴에 품고 왔다.

행사 이름도 "동서지역 합동 노사한마음잔치"로 지어졌다.

두개 지역 노사 대표들이 공동으로 노사화합 행사를 연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행사는 영.호남지역 노사 단체가 주최하고 광주지방노동청이 주관했다.

후원 기관은 노동부와 한국경제신문사.

내년에는 대구.경북지역에서 개최하는 등 매년 영.호남 지역이 번갈아가며
열 예정이다.

명실상부한 노사 및 국민화합 행사다.

한마음 잔치는 광주패밀리랜드 고적대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뜻 깊은 만남을 도와주려는 듯 전날까지 내리던 비도 말끔히 그쳤다.

이 행사에는 이상룡 노동부장관, 박인상 한국노총위원장, 고재유 광주시장,
이의근 경북지사, 이진무 대구부시장, 정수민 한국노총 광주의장, 장태환
경북경영자협회장, 문중식 한국경제신문 이사 등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해
노사대표들을 격려했다.

이 장관은 격려사를 통해 "국민적 화합 없이는 경제의 재도약이 불가능
하다"면서 "동서지역의 노사가 먼저 국민화합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두 지역 노사대표가 신노사문화 창출과 지역갈등 해소에 앞장서자는
내용의 "노사협력 및 동서화합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불신의 벽을 허물고 신바람 나는 직장,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자는
다짐이었다.

순간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행사장이 떠나갈 듯 했다.

선언문 낭독을 마친 두지역 노사 대표들은 자기 지역의 특산물을 특유의
사투리를 섞어가며 주고 받았다.

"우리회사 자랑" 코너도 마련됐다.

땅거미가 짙게 깔릴 무렵 저녁식사 시간이 왔다.

참가자들은 인근 군부대에서 마련해준 24인용 군용 텐트로 삼삼오오
흩어졌다.

각자 준비해온 쌀과 음식물 등으로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이느라 분주했다.

주최측에서는 아예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스스로 만들어 먹도록 했다.

식사준비에는 사장님과 노조위원장이 따로일 수 없다.

요리부터 설겆이까지 노사가 함께 했다.

함께 찌개를 끓이고 그릇을 씻으면서 "노사 협조"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자는 주최측의 깊은 배려가 담겨 있었다.

미리 만들어온 김밥을 나눠 먹는 팀도 눈에 띄었다.

구수한 냄새 속에 노와 사는 벌써 하나가 되고 있었다.

밤엔 뒤풀이를 겸한 축제 마당이 벌어졌다.

사회자는 뽀빠이 이상룡씨.

송대관 최진희씨 등 가수들이 나와 히트곡을 부르고 노사대표들은 어깨동무
를 하고 어울렸다.

흥겨운 춤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노래자랑 시간이 왔다.

각 회사에서 내로라하는 "노사 대표선수"들이 등장했다.

마이크를 잡은 뒤 좀처럼 놓을 줄을 몰랐다.

캠프파이어로 축제는 절정에 도달했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엔 "4부 행사"가 이어졌다.

곳곳에서 정겨운 술자리가 벌어졌다.

노사 대표들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그동안 쌓였던 앙금까지 함께 마셨다.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까지 다 꺼내 놓았다.

텐트마다 노사간의 대화로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둘째날인 9일에는 등반대회와 풍물놀이, 줄다리기 등 "한마당 어울림
행사"가 열린다.

< 담양=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