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학회와
대외경정책연구원은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신라호텔에서 "아.태
경제의 과제와 오클랜드 회의 대책점검" 심포지엄을 열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김기환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과 박영철 고려대
교수 유장희 한국APEC학회 회장(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이 기조발표를 하고
나성린 경실련 정책위원장(한양대교수), 박현두 KDI국제대학원 소장, 윤재준
한국ABAC대표가 토론을 벌였다.

또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와 박성훈 고려대 교수, 이홍구 건국대 교수는
APEC의 구체적인 현안과 향후 발전방향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토론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 참석자 : 김기환 < KOPEC 회장 >
박영철 < 고려대 교수 >
유장희 < 한국 APEC 학회장 >
노성태 < 한경 주필 >
나성린 < 한양대 교수 >
윤재준 < 한국 ABAC 대표 >

-----------------------------------------------------------------------

<> 김기환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회장 =그동안 APEC 정상회의가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 APEC의 성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97년 밴쿠버 정상회의에서는 당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회원국
들이 외환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APEC 정상들은 금융협력에 대한 원칙적인
약속에 그쳤을 뿐 실질적인 금융위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APEC의 역할과 할동성과가 미흡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기대할 바가 별로
없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대부분 APEC 회원국이고 APEC의 최대 목표가
무역 및 투자자유화에 있는 만큼 한국이 앞으로도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더욱이 APEC은 약소국이 강대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할 수 있는 기회와
정상외교의 장을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APEC의 성과를 가시화하기 위해 합의제에 근거하는 APEC의 의사결정 방식을
의제에 따라서는 찬성의사를 표시한 국가들만에라도 이행을 강제하는 접근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개도국들의 주요 관심사인 경제 및 기술협력(Ecotech)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추진방법과 APEC 국가간 소득격차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 박영철 고려대 교수 =APEC은 금융시장의 자유화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금융협력에 관한 지역협정 문제에는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특히 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APEC은 지역경제기구로서 무능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국제금융 기준, 환율제도 등의 이니셔티브를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그나마 후진국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로서 APEC
의 역할은 제한적이나마 여전히 기대된다.

앞으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회원국들이 하기 나름에 따라선 APEC이
국제 금융체제 재편에 관해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PEC은 미국 등 선진국 입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시장 재편 논의에
남미.유럽과 같이 공동입장(common voice)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 금융기구의 설립이 당장 실현되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APEC은 금융
회계 기업지배구조 등 국제적인 금융기준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금융개혁
방안을 검토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 논의하기에 앞서 지역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문제를 쉽게 풀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 오클랜드 정상회의에선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논의도 있을
것이다.

이와관련, 최근 일본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주장되고 있는 AMF(아시아통화
기금)보다는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회원국의 공동 보조를
이끌어 내는데 우선적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적 차원에서 금융감독을 강화하는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유장희 한국 APEC학회 회장 =APEC은 한국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지역
경제협력체로서 주요 무역상대국 대부분이 참여하는 대화의 장이다.

지난 10년간 APEC의 진행속도와 성과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EU나 UR 등 다른 국제기구들이 초기 10년동안 이룩했던 성과와
비교하면 그렇게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APEC은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구성돼 있고 다양한 지리적 배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국제경제의 주요 이슈와 현안, 주요 이니셔티브에 대해
실험적인 논의와 이해절충을 시도하는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제 APEC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향후 진로를 점검해야 할 시기에 도달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경제위기의 교훈, 향후 APEC의 정책과제, APEC에 대한
지지기반 확대 등이 논의될 것이다.

APEC은 앞으로도 무역 및 투자자유화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APEC.com 홈페이지를 구축해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APEC에
대한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산업간 협정을 신설하는 방법도 민간기업이 APEC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WTO를 중심으로 한 국제무역체제 운영과 연관시켜 볼때 APEC은 자유무역의
확대와 공정무역의 강화를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

<> 나성린 한양대 교수 =NGO(비정부기구) 입장에서 보면 APEC의 실질적인
성과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APEC은 앞으로 경제.기술협력을 강화해 선.후진국으로 구성된 APEC 회원국
간의 기술격차를 해소하는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또 정상회의가 있을 때마다 관심분야를 계속 확대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과거 선언에 대한 점검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APEC은 무역자유화를 강화하기 이전에 WTO UR 등의 과거 무역자유화 추진
경험에 대한 평가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무역자유화가 선진국의 후생은 개선시켰지만 후진국의 후생은 오히려
악화시켰을 수도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이 문제를 APEC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

또 APEC내의 노동시장 자유화에 대한 문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 노성태 한국경제신문 주필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각국의 거시경제
정책을 점검하고 경제정책의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

특히 금융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국제금융체제를 어떻게 재편해야 하는가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선언에 그쳐서는 안되고 헤지펀드 규제 방안
이나 경제위기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는 경제시스템 구축 등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달러화 가치의 안정에 노력하는게 필요하다.

APEC의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학자들이 주로 참가하는 태평양경제
협력위원회(PECC) 등과 같은 민간기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 윤재준 한국 ABAC(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 기업인자문위원회)
대표 =ABAC는 무역 및 투자자유화와 원활화, APEC 식량체계, 항공서비스
자유화, Y2K문제, 전자상거래 등 총 8개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APEC
정상회의에 건의할 것이다.

APEC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의견수렴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는 ABAC외에도 특히 학계와 관계의 활발한 의사교환이 필수적이다.

< 박민하 기자 hahah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