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2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개최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연이어 뉴질랜드와 호주를 국빈
방문하기 위해 10일 출국했다.

올해로 창설 10주년을 맞은 APEC은 말레이시아등 일부 회원국들이 공개적으
로 무용론을 주창하는등 최근들어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출범 당시의 기대와는 달리 통화위기등 역내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협력의
기반을 다지는데 별다른 적극적인 역할을 해오지 못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APEC이 EU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처럼 강력한
응집력을 갖는 지역경제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다른 경제협력체들과는 달리 회원국들 사이에 인종과 문화 종교, 그리고
경제력의 차이가 매우 큰 점이 구조적인 장애물이라는 분석들이다.

그러나 APEC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강력한 경제협력체로 발전해나가는데
다소간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이 기구의 존재의의와 역할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특히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등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교역파트너들이 모두 이
회의체의 가맹국들이고 우리나라야말로 APEC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경제적 위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APEC에 대한 우리의
이해관계와 입장은 전혀 다르다고 할 것이다.

선.후진국들간의 이견을 조정하는데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좋은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중심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고 또 지도력
을 발휘할 여지도 있다고 하겠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지난 97년말에 발생한 외환위기를 이미 상당수준 극복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적극적인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도 하겠다.

이번 정상회의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문제, 인도네시아 정정불안,
역내 비관세 장벽제거등 구체적 현안들이 적지않다.

또 공식의제로는 올라있지 않지만 일본이 발의해놓고 있는 아시아통화기금
(AMF) 창설문제 등도 물밑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의 기간 중에 별도로 갖게될 한.중, 한.미.일 정상회담은 또한 북한
핵문제에 대해 관련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마주하고 의견을
조율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김 대통령의 이번 정상외교가 추락한 한국경제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고
APEC의 새로운 역할을 탐색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