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2조원이 들어가는 목포~광양 고속도로를 비롯해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대규모 정부사업들이 내년 예산에 반영돼 추진될 계획이어서
"선심성시비"가 일고 있다.

이런 정치성사업들이 앞당겨지는 바람에 이들보다 경제성이 더 높은 다른
사업들이 보류되는 등 예산편성의 난맥상이 우려되고 있다.

12일 기획예산처는 최근 내년 예산을 짜는 과정에서 공사비 5백억원이 넘는
16개 대형 예산사업을 대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여 이중 8개를 내년부터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 가운데 목포-광양 고속도로,진도대교,강원도 역사문화촌 조성사업 등은
사업타당성을 나타내는 B/C 비율이 1.0에 못미치는데도 통과됐다.

B/C 비율은 사회적인 편익(benefit)과 비용(cost)을 비교해 공공사업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척도다.

1 이하면 타당성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업에 돈을 쓰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94년 이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추진된 25개 고속도로 건설
사업 가운데 B/C가 1 이하인 사업은 한건도 없었다.

특히 목포~광양 고속도로의 B/C 비율은 0.5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

반면 이 사업보다 B/C 비율이 높은 부산순환고속도로와 양평~포천 고속도로
는 지역균형발전 논리에 밀려 보류됐다.

더욱이 목포~광양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B/C 비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의 타당성 조사에 참가했던 노정현 한양대 교수는 "경제성은 물론
지역낙후도 등을 고려해도 B/C 비율은 0.3밖에 안된다는 내용의 용역보고서
를 지난 6월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2개월간 도로공사와 교통개발연구원이 제출한 단가서 등 기초자료
상의 오류를 들어 재검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B/C 비율는 0.5로 올라갔다.

예산처는 목포~광양 고속도로의 경우 경제성은 다소 낮지만 지역균형개발
등을 감안해 추진돼야 할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서해안고속도로 등과 연결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사의 신뢰성을 검토한 것일뿐 특정사업의 경제성을 높이려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