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사이클을 이해하자 ]

종합주가지수가 960을 넘어섰다.

투자가로선 반가운 일이다.

950안팎에서 전개되던 박스권장세에선 조정기의 막바지에 이르러 대세상승을
앞두고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고 있는게 실적장세 논란이다.

작년말부터 이어진 금융장세가 이번 조정기를 고비로 실적장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금은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이같은 논란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투자할 종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주가 사이클이란 =경기엔 사이클이 있다.

불황이 있으면 호황도 나타난다.

호황만 지속되면 좋으련만 끝이 있게 마련이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상승기가 있으면 하락기가 생긴다.

하락기가 있으면 언젠가 주가는 다시 상승하곤 한다.

주가는 보통 "금융장세->실적장세->역금융장세->역실적장세"란 흐름을
그린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그렇다.

금융장세와 실적장세때는 주가 상승이 계속된다.

반면 역금융장세와 역실적장세때엔 주가는 하락을 거듭한다.

<> 금융장세 =주가 사이클을 구분하는 잣대는 금리와 기업실적이다.

금리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기업실적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증시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다.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돈을 쓰려는 기업이 사라진다.

반면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중에 돈을 넉넉하게 공급한다.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가 없으니 금리는 떨어진다.

금리가 하락하면 고금리를 노리고 채권이나 은행예금에 들어있던 돈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향처는 당연히 주식시장이다.

"은행에 1년동안 돈을 넣어둬봐야 고작 8%의 이자를 받을 바에는 한번만 잘
굴리면 하루에도 15%를 벌수 있는 증시가 차라리 낫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증시에 돈이 몰리면 주가는 상승한다.

주가상승은 시중자금을 더더욱 많이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다보면 기업실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가는 오른다.

이를 금융장세라고 한다.

바로 작년말부터 형성됐던 "증시로의 자금 대이동"이 금융장세의 전형이다.

과거의 경험상 금융장세가 펼쳐지면 업종과 기업실적과 무관하게 모든
종목의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뛴다.

이중에서도 특히 금리에 민감한 은행 증권등 금융업이 각광받는다.

<> 실적장세 =금리가 낮고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 기업들은 자금조달이
쉬워진다.

자연 저렴한 자금을 끌어들이려 한다.

이 자금은 설비투자 등에 사용돼 경기도 살아나기 시작한다.

저금리땐 금융비용 부담이 덜어져 기업실적은 빠르게 호전된다.

그러나 경기호전은 물가를 자극한다.

통화당국에서는 통화를 빠듯하게 운용하려 한다.

자금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늘어난다.

이러다보면 금리도 상승세를 타게 된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떨어져야 한다.

증시로 유입된 자금이 다시 고금리 예금 등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호전속도가 금리상승보다 빠르기 때문에 자금이탈은
미미하고 주가는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실적장세라고 한다.

기업들의 실적에 의해 주가가 오르는 장세다.

실적장세의 특징은 주가차별화다.

실적이 좋은 종목은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른다.

반면 실적이 좋지 않은 종목은 죽을 쑨다.

실적장세 초기엔 반도체 철강 유화 제지 등 소재산업주가 각광받은 뒤
후기엔 자동차 정밀기기 등 가공산업이 오르는 것으로 얘기된다.

기업들의 실적호전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너무 많이 오르면 주가는
하락세로 반전될 수밖에 없다.

고금리상태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역금융장세라고 한다.

이에비해 역실적장세란 금리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이
워낙 좋지 않다보니 주가는 하향세를 거듭하는 장세를 가리킨다.

<> 장세진단 =현재의 주가흐름은 실적장세의 특징을 보여준다.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연10%대로 올라섰다.

주식형수익증권의 증가세도 둔화됐다.

기업 실적은 사상최대를 기록중이다.

실적이 호전되는 종목은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주와 포항제철 등 철강주, LG화학 등 유화주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완전히 실적장세로 이전했다고 보기는 무리인 듯하다.

최근 금리상승세는 경기호전보다 대우사태로 야기됐다.

대우사태가 마무리되면 금리가 다시 낮아질수 있다.

삼성전자 등이 증시를 주도하고 있지만 중소형주중 실적이 좋은 종목은
철저히 소외받고 있다.

주식형 수익증권의 이탈을 우려한 투신사들이 이른바 대형주 위주로 주가를
떠받치는 기미도 역력하다.

이를 종합하면 지금은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 이동하고 있는 과도기로
분석된다.

본격적인 실적장세를 앞둔 만큼 실적이 좋은 종목이 각광받을건 당연하다.

때론 너무 성급히 굴지 말고 차분히 장세를 진단하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
이다.

< 하영춘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