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이 한국경제에 또다시 착시현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최근들어 반도체 국제가격이 급등하고 수출은 물량 공급이 달릴 정도로
호황이다.

국내 반도체회사들은 이익이 너무 많이 나서 다른 업종의 눈치를 보느라
표정관리를 할 정도다.

최근들어 자동차 전자 통신등 급속한 경기회복을 보이는 업종들이 늘고
있지만 IMF 이전 수준을 완전히 만회한 산업은 반도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좋아만 하기엔 불안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지난번 외환위기 때처럼 "반도체 착시" 현상이 재현되면서 경제운용에
혼선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올들어 반도체 경기는 초호황이다.

지난 8월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늘어난
1백14억4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간중 전체 수출이 8백38억8백만달러로 2.4% 증가한데 비해 가히
독보적이다.

수출액 2위인 자동차의 수출이 63억9천8백만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배에
가까운 수치다.

올들어 수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의 비중도 13.7%를 차지했다.

현재 추세대로면 연말쯤에 95년 수준(17.7%)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시세도 좋아 수출채산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반도체가 10월부터 성수기에 들어서는 점을 감안할때 반도체가격의 오름세
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따라 산업자원부는 반도체 수출전망을 당초 1백85억달러에서 2백억달러
로 수정했다.

이처럼 너무 좋기때문에 오히려 불안한 것이 요즈음 반도체 경기다.

뭣보다 수출비중이 너무 높아 해외시장이 요동치는 순간 바로 한국경제의
불안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 한 개 품목의 수출비중이 이렇게 높은 경우는 북구 등 일부
산업특화국을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다.

이 경우 반도체 한 분야의 특수경기가 마치 한국경제 전반적인 호황인양
비쳐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반도체 착시를 경험했다.

외환위기직후 당시 재정경제원은 경제위기의 한 원인으로 반도체 착시를
꼽았다.

특히 국제반도체 시장의 속성도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는 가격등락이 워낙 심해 수출기상도가 수시로 급변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놓고 전체적인 수출경쟁력
이 강화된 것으로 잘못 해석할 경우 국제수지관리 등 거시경제운용에 펑크가
나기 십상이다.

지난번 반도체착시가 일어났던 경위를 살펴보면 현재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을 이해할 수 있다.

지난 93년 70억달러였던 반도체 수출은 94년 1백30억달러, 95년 2백21억달러
로 해마다 70-80%씩 급증했다.

95년엔 급기야 한국 수출액 1천2백50억6천만달러의 17.7%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이렇게되자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 등은 96년 경상수지적자가
30억달러대로 축소될 것으로 보고 경제운용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해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면서 경상적자는 2백30억달러로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외환운용에도 혼선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이 과정에서 97년 외환위기의 씨앗을 뿌려졌던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신현수 박사는 "10대상품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은
지난해 29.6%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는 73%에 달한다"며 "반도체 의존이
심화될 경우 경제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