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양극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대형 제조업주들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등
첨단 기술주들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렇다 할 개별 재료가 없는 대형 제조업 주식들은 증시를 여전히 짓누르고
있는 "금리 망령"에 사로잡힌 채 맥을 못추고 있다.

반면 기술주들은 지난 여름동안의 부진을 훌훌 털어버린채 신바람나는
상승가도에 재진입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런 양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 분위기의 대세를 쥐고 있는 금리 문제와 관련, 내달 5일 열릴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인상 조치가 단행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탓이다.

지난주 미국 증시 최대의 "사건"은 첨단주 위주의 나스닥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나스닥 지수는 주말인 10일 하룻동안에만 1.2% 오른 2,887.03에 마감되면서
최고치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지난 7월 16일에 수립됐던 2,864.48.

나스닥 지수는 지난주 초반에는 보합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후반들어
상승세를 되찾으면서 한주일동안 1.54% 올랐다.

주말들어 나스닥지수를 끌어올린 결정적 재료는 "Y2K 불안"의 해소.

1999년9월9일로 "9"자가 다섯개나 겹쳤던 지난 목요일은 컴퓨터 프로그램
들이 숫자 인식의 혼란으로 오작동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
됐었다.

그러나 모든 컴퓨터 네트워크가 이런 걱정을 기우로 돌리면서 무사히
작동됐다.

미국 컴퓨터 업계와 월가 전문가들은 "99년 9월 9일"의 관문을 무사히
넘김에 따라 다가오고 있는 2000년 1월 1일도 별 탈없이 맞을 것이라는
확신을 더욱 높였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의 컴퓨터 구매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며, 이는 하드웨어
는 물론 각종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등 주변 산업에 폭넓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같은 기대를 반영하듯 인터넷 경매업체인 e베이의 주가가 10일 하루에만
10% 가까이 솟구친 것을 비롯, 종합 포탈업체인 야후와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메이커인 오라클 등 대부분의 주요 첨단 기술종목들이 지난주 큰 폭의 상승세
를 보였다.

반면 제조업종 등 그밖의 종목들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우지수의 구성 종목인 기계업체 캐터필러와 석유회사 셰브런 등 간판
제조업 주식들이 하나같이 맥을 못추고 있다.

제조업 분야의 대형 우량주식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다우지수는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지난 주에도 0.45% 하락했다.

S&P 500지수 역시 같은 기간중 0.41% 뒷걸음했다.

기술주를 제외한 제조주 등 나머지 종목들의 "금리 시름"이 얼마나 깊은지는
10일 발표된 물가 관련 호재조차 주가 부양 효과를 별로 내지 못했다는 데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국 노동부는 이날 가변성이 높은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을 제외한 "중심
도매물가 지수(core PPI)"가 8월중 소폭 상승하리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0.1%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도매 물가가 하락했다는 것은 미국의 경기가 과열돼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같은 노동부 발표가 전해지면서 대형 제조주식들도 한때 일제히 오름세를
타는 듯 했으나 이내 도로 내려앉았다.

그 정도의 재료만으로는 통화당국의 "금리 3차 인상"을 단념시키기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