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마다 기업의 미래상환능력을 감안한 새로운 여신건전성 분류기준을
만드느라 부심하고 있다.

은행권에선 미래 상환능력을 따질 경우 기존 여신의 20~30% 정도가 현재
보다 등급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요주의 여신 60조원중 25조원가량이 고정으로 떨어질 것이란
추정이다.

고정이면 회수검토대상이 된다.

23개 은행(국책은행,농.수.축협 포함)중 새 분류기준을 확정한 곳은 신한
하나 국민 등 손꼽을 정도.

그러나 은행들의 실제 속사정은 올해 경영실적 악화에 있다.

대우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기존여신 등급분류까지 강화하면 대손충당금
부담(약 10조원 예상)으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대응양상은 대략 두부류로 나뉜다.

손실을 줄이려고 적당히 여신등급을 분류하자는 측과 올해도 이익내긴
틀렸으니까 과감히 강화하자는 측이 있다.

외환은행은 국제 애널리스트들의 권고에 따라 후자쪽을 택했다.

관계자는 "적자규모에 관계없이 국제기준에 맞추기로 했다"며 "어차피
해외에서도 뻔히 아는 것을 감추기 보다는 공개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새 건전성분류가 기업들에 미치는 충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들은 자신의 여신등급을 어떻게 분류했는지, 왜 등급을 낮췄는지 해명
하라고 아우성칠게 뻔하다.

금융감독원도 근심이 태산이다.

오는 11월 한달동안 23개 은행의 새 분류기준이 제대로 됐는지 현장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검사역들도 생소한 개념이어서 미리 예습부터 시킨다.

금감원은 당장 검사역의 사전 자율학습과 IBRD(세계은행) 주관 집합연수
(9월27일~10월12일)를 실시한다.

또 과거에 축적된 자료가 없어 은행들간에 공통된 적정 가이드라인을 설정
하기도 쉽지 않다.

관계자는 "당초 금감원이 제시한 지침은 평균 80점짜리"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의무사항인 것이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