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기의 상쾌함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전날밤의 유물처럼 자리한 가로등을 뒤로 하며 달릴 때 느끼는 남모를
성취감도 나를 푹 빠져들게 한다.

올해로 꼭 20년을 쉬지 않고 달려온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조깅을 시작한 것은 지난 79년.

당시 OB맥주 인사부 차장으로 근무했던 나는 삼성동의 15평짜리 아파트로
이사오면서부터 뛰기 시작했다.

주로 도산공원과 선릉 일대가 나의 조깅코스다.

주말에는 좀더 멀리 달려 올림픽 보조경기장 육상코스에서 기록을 재보기도
한다.

사실 조직생활을 하면서 개인시간을 마음대로 부리기가 쉽지 않다.

출근이야 정해진 시간에 하지만 퇴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잔업과 각종 모임 등에 시간을 뺏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근 전의 한두시간이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헬스클럽에 다니거나 골프를 치는 것도 좋지만 나는 뛰는 것이 건강에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땀을 많이 흘려 몸속의 노폐물을 없애고 정신적으로 나태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좋다.

뛰고 나면 잡념이 사라지고 머리속이 맑아진다.

적극적인 사고방식도 갖게 된다.

달린다는 것이 밋밋하게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나에게 조깅은 워낙 오래된 습관이 돼버렸다.

이제 새벽에 눈 뜨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게 됐다.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한시간 가량 뛴다.

그 다음 군인시절에 익힌 도수체조로 몸을 푼다.

1주일에 나흘 정도 뛴다.

비가 온다든지 조찬 모임이 있는 경우 등 불가피할 때는 25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가끔 마라톤 대회에도 나간다.

지난해 동아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하프코스를 2시간이 약간 넘는 기록으로
완주했다.

지난 3월 경주에서 열린 동아마라톤 대회에서는 하프코스를 1시간 53분만에
마쳤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풀코스인 42.195km에 도전할 날도 꿈꾸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평범한 사람은 시간을 소비하는데 마음을 쓰고 재능있는
사람은 시간을 이용하는데 마음을 쓴다"고 말했다.

그냥 흘려버리기 쉬운 새벽시간을 이용해 뛰면 게을러지지 않고 성취감도
생긴다.

오랜 세월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마라토너들이 느낀다는 "오르가즘
(Runner''s High)"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다.

그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