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몹시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에게 용하다고 소문난 의사가 밀가루로
환약을 지어주었다.

"먹으면 당장 낫는다"는 말에 환자는 하얀 알약을 꿀꺽 삼켰다.

놀랍게도 복통은 씻은 듯이 나았다.

바로 "플라시보(위약) 효과"다.

제 땅에 박힌 말뚝이 남의 것보다 짧다고 야단인 사람이 있다.

다른 이가 그 말뚝을 슬그머니 잡아 뽑아주자 일단 눈으로 보기에 길어
보이니 언제 불평했냐는 듯 희희낙락이다.

남성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성기확대 수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른바 "사이코서저리(Psychosurgery)" 즉 정신적 수술에 다름 아니다.

한국 성인남성의 "여의봉" 크기는 평상시 길이 7.4cm, 직경 2.8cm, 둘레
8.3cm, 용적 40.6ml이다.

발기되면 길이 11.2cm, 직경 4.1cm, 둘레 11cm, 용적 1백40.6ml로 늘어난다.

이 수치들은 평균일 따름이지 여성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한계선은 아니다.

의학적으로는 발기된 여의봉이 5cm만 넘으면 아무 문제없이 섹스를 가질 수
있다.

당연히 임신도 가능하다.

성기확대 수술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요도상.하열(뇌도상.하열), 내분비(호르몬) 장애 등 선천적 신체기형으로
발기해도 5cm 이하인 마이크로페니스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때 더 굵게 하기 위해서 환자 본인의 엉덩이에서 채취한 지방이 붙은
피부를 페니스 둘레에 감는 자가진피지방 이식술을 쓴다.

더 길게 하기 위해서는 페니스를 치골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인대중
윤상인대를 끊어 몸속에 묻혀 있던 페니스를 2cm 가량 끌어 낸다.

모두 최신 의료기술이다.

그러나 확대수술을 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대익선의 맹신에 빠져
있거나 정신병적인 열등감에 사로잡힌 경우다.

그런 사람들의 문제는 보통 "당신은 정상"이라는 의사의 설득과 심한 경우
정신과적 치료로 해결된다.

그러나 정신.심리적인 복합증상 없이 성기 크기에만 극도로 집착하는
환자는 정신과적 치료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감이 대단해서 결국 수술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성기확대 수술을 "정신적 수술"이라고 하기도 한다.

작은 여의봉을 갖고서도 늠름하게 휘두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멀쩡한
크기인데도 괜히 위축돼 있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성격 차이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상이라는걸 알면서도 괜한
성적 허영심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야 모를까 멀쩡한 여의봉에 욕심부리는 우를 범하지는
말 일이다.

< 준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