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연말께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 민간경제연구소를 중심
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우사태로 은행의 주가가 하락하고 이로인해 자본확충이 어려워진 은행들
이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회수, 신용경색이 나타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런 시나리오를 부정한다.

지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자본을 충분히 확충한다는 계획이어서 자금
회수 등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LG경제연구원은 13일 "대우사태 이후 6대 금융트렌드"라는 보고서에서
대우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출시장의 신용경색이 재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우사태 이후 은행의 주가가 30%이상 하락, 액면가를 간신히 웃도는
상황에서 은행의 자본확충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은행권이 안고 있는 대우 여신액 22조7천억원중 이자감면
대출금출자전환 등으로 20%가량 손실이 발생할 경우 약 4조5천억원의 적자
요인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LG경제연구원 강호병 책임연구원은 "은행의 여신규모는 평균적으로 자기자본
의 7배에 달하기 때문에 4조5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위축될 수 있는
은행여신은 최대 31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은행들이 투신사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정부의 요청을 받고 있어서
민간부문에 신규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없는데다 대기업마저 은행대출 쪽으로
자금조달창구를 돌리고 있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나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업과 금융, 정부부문으로 나누어 신용경색 재발 가능성
을 진단했다.

기업부문은 부채비율 2백% 달성을 위해 30조~40조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대우
사태 영향으로 자금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부문에서는 단기적인 자금사정은 넉넉한 편이나 연말에 가면 35조~
55조원의 자금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안으로 시행해야 하는 "미래상환능력을 감안한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로 인해 신규부실이 발생할 수 있고 대우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남아 있는 공적자금이 24조5천억원에 불과한 것도 불안요인으로
지적됐다.

대우사태로 지급불능에 빠지는 투신사가 생길 경우에는 당초 내년 7월
이후로 예정됐던 투신사 구조조정이 앞당겨져 공적자금 투입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천일영 연구위원은 "특히 투신사의 자금사정 악화가 올
하반기 경제운용의 최대 복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은 상반기 2조8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하반기에는 5조~6조원의 자본금 확충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은행의 자금공급능력이 갑자기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한빛은행의 경우 이미 자본확충을 성사시켰고 외환은행
조흥은행 한미은행 등은 현재 해외DR 발행을 추진중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주가가 하락해 높은 가격으로 DR을 발행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외국투자가들에게는 올해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내년 이후부터 많은 수익을 낼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를 포함한 워크아웃 기업여신에 대해 손실을 발생시키더라도 대손충당금
을 충분히 적립하기 때문에 자금회수 등의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최대은행인 한빛은행은 올해안으로 2조원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적립,
대우 여신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감당할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BIS 자기자본 비율을 10%이상 유지할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 빌려 줬던 돈을 갑자기 회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 박민하 기자 hahah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