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융 지진지대'서 사는 슬기 .. 김병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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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 서강대 교수 >
캘리포니아 북쪽 해안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어내려 태평양 바다 속으로
이어지며 형성된 산안드레아스 단층대는 샌프란시스코, LA 등 인구 밀집
지대를 관통하고 있다.
언제 지진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속에 주민들이 살고 있다.
아무도 왜 그런 지진지대에 사느냐를 묻지 않는다.
지진만 아니라면 워낙 주거환경이 좋은 곳이니까.
한국에도 조만간 요란한 폭발음을 울리고 화산재를 하늘 높이 내뿜으며
낮을 밤으로 돌변시키고 뜨거운 용암이 온 도시를 황폐화시킬 조짐이 보인다.
서울의 돈시장에 조만간 큰 변고가 있을 모양이다.
정부당국은 투자자의 과욕 탓, 금융기관의 운용미숙 탓으로 돌리며 나무라고
있다.
돈이 몰리도록 여건을 조성해 준 것은 누구였던가.
재앙은 고독을 혐오한다.
대우 그룹의 붕괴가 금융시장 대지진을 예상케 한다.
대충 60조원의 대우 빚이 승수배 만큼 금융.자본시장 파괴력을 가질것이다.
이미 대우 거래은행들은 그간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등 힘겨운 구조조정
노력도 보람없이 다시 궁지에 몰렸다.
채권시장이 사실상 마비돼 있다.
업친 데 덮친 이익치 회장 파동으로 자본시장도 엉망이다.
이래저래 돈이 돌지 않아 기업자금 숨통이 막혔다.
시장 불안의 핵심은 대우관련 유가증권을 다수 편입하고 있는 투신시장이다.
작년 여름이래 밀물처럼 몰리던 투신업계 수신고가 썰물을 이루고 있다.
7월 19일 대우사태 후 8월말까지 벌써 20조7천억원이 빠져나가고
2백36조6천억원이 남았다.
9월에도 썰물은 계속되고 있다.
창구에서 고객의 대투신, 대정부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8월중 당국의 조치는 무리가 많은 단견의 소산이었다.
법인과 기관의 환매를 계속 불허하고, 개인의 경우 대우 편입부분에 대해
90일 이후 80%, 180일 이후에는 95%를 환매하도록 사실상 공약했다.
예상되는 대지진의 D-데이가 올 11월 11일쯤 또는 내년 2월 9일쯤일 것으로
의견이 엇갈리지만 앞의 날짜에 사단이 벌어질 공산이 더 크다.
시장사람들은 100조 내지 120조원의 환매요청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국은 설마하고 있다.
재경부는 위험 앞에 머리를 모래에 박은 타조처럼 짐짓 거시경제 문제에
매달려 있다.
금감원은 투신상품이 예금상품과 다르다는 교과서 가르침을 읊조리며 나중에
책임질 일 만들지 않으려 몸보신하는 꾀 많은 여우를 닮아 있다.
각종 지시는 전화통보로 하고 문서는 남기지 않는다.
이러는 가운데 신탁상품의 대량환매가 금리폭등, 주가폭락으로 이어지며
경제파탄을 몰고 올 가능성이 커진다.
대규모 환매요구 홍수 앞에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위기에 몰리는 투신(운용)
사들이 속출할 것이다.
결국 공적자금의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다.
먼저냐 나중이냐만 문제다.
금융위기는 실물경제의 위기를 수반한다.
요즘 평등주의 성향이 강한 개혁파 측에서는 중산층이상의 몰락 가능성에
내심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투신고객이 어떤 사람인가.
총 투신 계좌수가 약 1천만이니까, 계좌당 평균은 2,370만원에 불과하다.
금액 기준으로는 물론 법인과 기관이 압도하지만 총 고객중 개인이 95%,
2천만원 미만 소액 고객이 전체 고객의 92%에 이른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에 이끌려 투신펀드에 돈을 맡기다 크게 손해
보게된 이들이 누구인가.
몰락시켜 마땅한 고소득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산층 이하 계층이 대부분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연기금 등 기관 돈도 중산층 돈이다.
수익과 위험은 동행한다는 교과서의 가르침이 있지만, 사전에 펀드의 대우
편입비율이 공시된 적이 없다.
그리고 정부 당국은 지난 1년여에 걸쳐 대우 위기설을 앞장서 부인하고
금융기관에 대해 여신연장, 신규대출 등을 독려하고 환매를 금지해, 사실상
대우 부실을 불려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키웠다.
정부도 대우 문제에 책임이 있다.
정치권은 표계산에 밝다.
간단한 정치산술을 해보자.
중복 계산을 빼면, 투신고객 계좌는 약 300만, 그 중 대충 100만이
가구주로 계산된다.
가구당 성인가족 수만큼 곱하면 이들의 표 세력이다.
이들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인구수는 몇 배일까.
위력적 표의 힘이다.
내년 2월초라면 총선에 임박해 특별조치를 취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올 11월이라면 부담이 적다.
엊그제 채권형 펀드의 주식형 전환 허용 가능성을 비친 금감원의 움직임은
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채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인다.
불량(bad)펀드든, 투신사 지분 해외매각이든, 2천만원 미만 특별대출이든,
특별기금조성이든 각종 조치들을 과감히 세워야할 대목이다.
지진지대에서 살아 남으려면 내진설계 의무화, 재난대피훈련 등 온갖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위험부담을 마다 않고 일하는 사람이 드문 게 우리의 불행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
캘리포니아 북쪽 해안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어내려 태평양 바다 속으로
이어지며 형성된 산안드레아스 단층대는 샌프란시스코, LA 등 인구 밀집
지대를 관통하고 있다.
언제 지진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속에 주민들이 살고 있다.
아무도 왜 그런 지진지대에 사느냐를 묻지 않는다.
지진만 아니라면 워낙 주거환경이 좋은 곳이니까.
한국에도 조만간 요란한 폭발음을 울리고 화산재를 하늘 높이 내뿜으며
낮을 밤으로 돌변시키고 뜨거운 용암이 온 도시를 황폐화시킬 조짐이 보인다.
서울의 돈시장에 조만간 큰 변고가 있을 모양이다.
정부당국은 투자자의 과욕 탓, 금융기관의 운용미숙 탓으로 돌리며 나무라고
있다.
돈이 몰리도록 여건을 조성해 준 것은 누구였던가.
재앙은 고독을 혐오한다.
대우 그룹의 붕괴가 금융시장 대지진을 예상케 한다.
대충 60조원의 대우 빚이 승수배 만큼 금융.자본시장 파괴력을 가질것이다.
이미 대우 거래은행들은 그간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등 힘겨운 구조조정
노력도 보람없이 다시 궁지에 몰렸다.
채권시장이 사실상 마비돼 있다.
업친 데 덮친 이익치 회장 파동으로 자본시장도 엉망이다.
이래저래 돈이 돌지 않아 기업자금 숨통이 막혔다.
시장 불안의 핵심은 대우관련 유가증권을 다수 편입하고 있는 투신시장이다.
작년 여름이래 밀물처럼 몰리던 투신업계 수신고가 썰물을 이루고 있다.
7월 19일 대우사태 후 8월말까지 벌써 20조7천억원이 빠져나가고
2백36조6천억원이 남았다.
9월에도 썰물은 계속되고 있다.
창구에서 고객의 대투신, 대정부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8월중 당국의 조치는 무리가 많은 단견의 소산이었다.
법인과 기관의 환매를 계속 불허하고, 개인의 경우 대우 편입부분에 대해
90일 이후 80%, 180일 이후에는 95%를 환매하도록 사실상 공약했다.
예상되는 대지진의 D-데이가 올 11월 11일쯤 또는 내년 2월 9일쯤일 것으로
의견이 엇갈리지만 앞의 날짜에 사단이 벌어질 공산이 더 크다.
시장사람들은 100조 내지 120조원의 환매요청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국은 설마하고 있다.
재경부는 위험 앞에 머리를 모래에 박은 타조처럼 짐짓 거시경제 문제에
매달려 있다.
금감원은 투신상품이 예금상품과 다르다는 교과서 가르침을 읊조리며 나중에
책임질 일 만들지 않으려 몸보신하는 꾀 많은 여우를 닮아 있다.
각종 지시는 전화통보로 하고 문서는 남기지 않는다.
이러는 가운데 신탁상품의 대량환매가 금리폭등, 주가폭락으로 이어지며
경제파탄을 몰고 올 가능성이 커진다.
대규모 환매요구 홍수 앞에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위기에 몰리는 투신(운용)
사들이 속출할 것이다.
결국 공적자금의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다.
먼저냐 나중이냐만 문제다.
금융위기는 실물경제의 위기를 수반한다.
요즘 평등주의 성향이 강한 개혁파 측에서는 중산층이상의 몰락 가능성에
내심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투신고객이 어떤 사람인가.
총 투신 계좌수가 약 1천만이니까, 계좌당 평균은 2,370만원에 불과하다.
금액 기준으로는 물론 법인과 기관이 압도하지만 총 고객중 개인이 95%,
2천만원 미만 소액 고객이 전체 고객의 92%에 이른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에 이끌려 투신펀드에 돈을 맡기다 크게 손해
보게된 이들이 누구인가.
몰락시켜 마땅한 고소득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산층 이하 계층이 대부분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연기금 등 기관 돈도 중산층 돈이다.
수익과 위험은 동행한다는 교과서의 가르침이 있지만, 사전에 펀드의 대우
편입비율이 공시된 적이 없다.
그리고 정부 당국은 지난 1년여에 걸쳐 대우 위기설을 앞장서 부인하고
금융기관에 대해 여신연장, 신규대출 등을 독려하고 환매를 금지해, 사실상
대우 부실을 불려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키웠다.
정부도 대우 문제에 책임이 있다.
정치권은 표계산에 밝다.
간단한 정치산술을 해보자.
중복 계산을 빼면, 투신고객 계좌는 약 300만, 그 중 대충 100만이
가구주로 계산된다.
가구당 성인가족 수만큼 곱하면 이들의 표 세력이다.
이들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인구수는 몇 배일까.
위력적 표의 힘이다.
내년 2월초라면 총선에 임박해 특별조치를 취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올 11월이라면 부담이 적다.
엊그제 채권형 펀드의 주식형 전환 허용 가능성을 비친 금감원의 움직임은
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채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인다.
불량(bad)펀드든, 투신사 지분 해외매각이든, 2천만원 미만 특별대출이든,
특별기금조성이든 각종 조치들을 과감히 세워야할 대목이다.
지진지대에서 살아 남으려면 내진설계 의무화, 재난대피훈련 등 온갖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위험부담을 마다 않고 일하는 사람이 드문 게 우리의 불행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