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남북 경협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 삼성 LG 등 주요 그룹들은 북.미회담 타결로
남북 경협무드가 고조될 것으로 보고 경협사업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현대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활성화되고 북한에서 추진하려는 각종 경제개발
협력사업이 조기에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측은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견지하는데다 북.미회담 타결로 대북
경협 환경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및 카오디오 조립공장 건설과 서해안 지역 공단개발(총
2천만평) 사업을 차질없이 벌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북한의 교역환경이 좋아질수록 우리 기업들의
대북 투자사업도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대북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대북 협상창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가전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전자 복합단지 설립을 목표로 현재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과 세부 요건을 협상중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의 설비를 이전해 북한내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놓고
북한 실무자와 긴밀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

윤종용 사장은 "입지 대상지로 남포는 부적절하다"고 밝혀 해주 등지에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전자 복합단지 사업이 자리를 잡을 경우 통신분야에 추가로 진출
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중장기적인 대북 경협추진계획을 수립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상사를 중심으로 임가공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중국 베이징에서 실무자간 접촉을 가지며 경협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엠바고(금수조치)를 해제할 경우
전자제품 조립사업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에 대한 사업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종합상사들은 장기적으로 미국이 북한을 적성국가에서 제외할 경우
미국기업들의 북한진출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북한 진출에 관심이 많은
미국 기업을 발굴, 동반 진출하는 방안도 강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재계 일각에서 대북 경협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남북 경협이 확대되기 위해선 북한의 정책과 경제
여건이 바뀌어야 하는 만큼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연구위원은 "북.미협상 타결이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기업들은 대북 사업에 따른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단계적으로 경협을 늘려 가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