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13일 민주산악회(민산) 재건을 내년 총선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힌 것은 그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형식적으로는 백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동안 신당창당에 대한 국민여론, 한나라당 내에서의
호응도, 내년 총선 승리여부 등을 놓고 자신의 행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YS는 특히 신당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부산 등 특정지역
에서 만이라도 자신에 대한 지지가 되살아나면 정치적 승부도 걸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었다.

그랬던 YS가 "항복"으로 비춰지는 전격적인 발표를 하게 됨으로써 우선은
한나라당 내 민주계의 행보가 크게 달라지질 것이라는 분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측근인 박종웅 의원은 "YS가 민산 재건을 연기하더라도 각계 각층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며 현정권의 독재와 독선에 대해 부단히 비판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의 심기를 거스리는 일은 자제할 것이지만 그것이 차기 대권 창출
과는 별개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계는 이 결정을 야당을 분열시키거나 내년 총선에서 야권후보의 난립
으로 인한 표분산, 반 DJP전선의 이원화 등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나름의
양보를 이번에 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주적인 반DJP 때문이지 이 총재가 우군은 아니라는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메세지를 전한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을 야권분열에 따른 반 DJP전선의 약화,
내년 4월 총선결과에 대한 우려, 민주계의 결속와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YS의 "결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회창 총재계의 하순봉 사무총장이 이미 전날 이같은 결정을 통보 받은 점
등을 감안 할 때 이 총재와 YS간에 "빅딜"이 있었을 것이라는 설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YS가 민산 재기 시점을 연장하기로 결정하는 회의를 소집한 것을
측근들이 몰랐던 점, 민산 참여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민주계 의원들에 대한
16대 총선 공천 요구에 적극적이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빅딜 설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 박정호 편집위원 j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