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해체를 둘러싼 논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달 20일 서울시오페라단 해체 방침을 발표했으나
''한국오페라단 사랑연대''의 반대의견에 부닥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오페라단이란 이름은 그대로 남겨두는 방향도 검토중
이지만 다음달까지는 최종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오는 10월20일 열리는 ''세종문화회관의 역할과 기능''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세종문화회관은 기획실장 총무 등 상근직원 2명이 만드는 오페라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공연부가 직접 프로덕션 체제로 오페라
를 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국립 및 민간오페라단, 음대교수 등이 "한국오페라단 사랑연대"란
모임을 만들어 해체반대를 결의하고 나섰다.

시오페라단의 간판을 내려버리면 국내 오페라 제작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주장이다.

이들은 세종문화회관의 다음 경영진이 오페라 제작에 대한 의욕이 없을
경우 세종문화회관이 기획하는 오페라는 중단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시/도립 오페라단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에서 거꾸로 서울시오페라단이
해체되면 지방 오페라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오페라단 사랑연대 측의 반발은 예술의 전당에 이어 세종문화회관
마저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오페라를 만들경우 그만큼 오페라단의 입지가
좁아질것이란 위기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실력있는 신인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확산되면 음대
성악과 교수들도 마찬가지로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논쟁을 지켜보는 오페라계 인사들은 총감독이 단장을 겸임하는 식으로
시오페라단을 유지하게 되면 이전과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직원 2명의 연간 인건비 5천여만원을 절감하는 외에 다른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는 얘기다.

세종문화회관 공연부의 기획력과 객관성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다.

김문환 서울대 미학과 교수(전 문화정책개발원장)는 "객관적이고 질높은
오페라기획을 위해 5~7명으로 구성된 전문 자문위원회를 두고 오페라 제작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조언했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