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언론의 경제분야 최대 관심사는 은행저축 이자세 도입이다.

지난달 말 우리 국회에 해당하는 전인대는 은행저축 이자소득에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경제일보 인민일보 등 주요 신문들은 거의 매일 이 사안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이 제도의 취지는 간단하다.

은행으로 몰려드는 돈을 소비나 투자로 돌리자는 것이다.

금리인하, 인위적 증시부양, 재정지출 확대 등 기존 내수부양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자 자본주의 색채가 강한 이자세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이를 통해 거둬들인 돈을 저소득층과 빈민층을 위해 쓸 계획이다.

그러나 베이징시내에서 만난 일반 중국인들은 이 제도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자신의 저축이자소득이 줄어든다는데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택시운전사인 저우리민(주리민.43)씨는 이자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저축을 줄일거냐는 질문에 이자세가 이자보다 많기야 하겠느냐
고 웃음섞인 말로 답했다.

이자세를 부과하더라도 저축규모는 줄이지 않겠다는 얘기다.

또다른 중국인은 집에 쌓아두는 것보다 은행에 맡기는게 유리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변화된 사회환경과 무관치 않다.

그들은 철밥통(종신고용)이 깨지면서 실업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이 크게 축소되면서 스스로 집을 장만해야 한다.

자녀들의 교육비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

내일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자 꼬깃꼬깃 돈을 모아 은행에 맡기고 있다.

수전의식이 강한 그들의 전통도 은행예금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국인들이 은행으로 돈을 싸들고 가는 것은 어차피 이자를 노린게 아니다.

중국 금융당국은 올들어 수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다.

현재 정기예금 금리는 연 2.2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예금은 증가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은행에 쌓인 돈이 현재 국내총생산(GDP)규모와 거의 맞먹는 약
6조위안(약 8백40조원)에 달한다.

이런 점을 들어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이자세 도입을 통해 내수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디플레 해소는 중국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

수출이 신통치 않은데다 내수마저 위축돼 중국 기업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소비자들이 온갖 정책과 유혹에도 불구하고 지갑 열 생각을 않는다는데
중국 경제의 고민이 있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