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회담의 타결은 장기적으로는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보는 분명 한반도 긴장을 그만큼 완화시킨다.

북.미간 관계개선은 남.북관계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한.미.일 3국의 포괄협상안도 이같은 인식에 토대를 둔 것이다.

그러나 베를린 회담을 계기로 남북당국간 회담에 당장 "획기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게 회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 입장에서 북.미관계개선과 북.남 관계개선은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지금껏 북.미 대화에 나설때는 의도적으로 남한 당국과의
대화를 기피해 왔다.

70년대 이후 북한과의 회담 역사를 볼때 북.미간의 긴장관계가 높아지면
오히려 남.북대화가 활발해지는 추세를 나타냈다.

북한은 남.북대화를 북.미 긴장고조의 완충재 정도로 인식한 측면이 있다.

때에 따라선 미국으로부터 얻을 게 없을 때 남측에 마지못해 손을 벌리는
형국이었다.

북한으로선 남한과 미국을 언제나 "분할 조종" 하고자 하는 의도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한.미.일 3국의 공조가 튼튼하고,
대북포괄협상안이 만만치 않음을 인식할 경우 남한에 대한 손짓은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에 너무 매달리지 않고 "느긋하게" 북.미간 관계개선
움직임을 지켜 본다는 입장이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