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 LG상사 사장 shlee@lgi.lg.co.kr >

며칠전 언론을 통해 방학중 친척을 방문한 10대 재미교포 자매가 쇼핑을
갔다가 12일째 소식도 없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에는 참 안되었다는 생각으로 지나쳤는데 며칠후 실종이 아니라 돈을
벌겠다며 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소식을 접하며 도대체 그 어린 소녀들로 하여금 무엇이 돈을 벌기 위해
가출을 결심하도록 했을까, 또 그 나이로 무엇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우리사회의 맹목적인 배금주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소비사회로 진입하면서 사람들의 소비욕망은 다양화되고 있다.

그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인 돈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사람들의 돈에 대한 집착은 어찌보면 아주 당연해 보인다.

돈에 관한 수많은 격언과 속담들이 돈에 대한 인류의 의식을 대변해준다.

이중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라는 속담이 있다.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돈만
많이 벌어서 잘만 쓰면 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돈을 "정승"의 격에 맞게 잘 쓰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화두는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가"가 되어야 한다.

올바른 수단과 과정을 통해 돈을 벌어서 공익을 고려하여 정승처럼 사용해야
올바르지 않겠는가?

기업의 경영활동도 마찬가지이다.

이윤획득에 있어서 정당한 수단과 올바른 과정이 전제되는 정도경영을
지향하여야 한다.

최근의 질을 무시한 양적인 팽창으로 치달리다 침몰하고 마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그 원인들중 하나가 결과에만 치중하고 과정들을 소홀히 했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정당한 수단과 과정을 거쳐 돈을 벌고 아름답게 쓰는 것이 올바른
평가를 받는 사회가 되기를 꿈꿔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