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위기가 한창인 작년 이맘때도 요즘보다는 나았어요"(테크노마트
G매장 상인)

"오전 10시에 문을 열었지만 오후 3시가 넘도록 TV 1대 못팔았습니다.
오히려 예약한 물건을 사지 않겠다는 취소전화만 3통 받았습니다"(용산전자
랜드 L매장 상인)

가전제품 유통시장이 얼어붙었다.

정부가 가전제품의 특소세인하를 발표한 지난달 중순부터 소비자들이
구매를 뒤로 미뤄 매기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가전제품 유통의 핵인 전자상가들은 매출격감으로 하루를 버티디가 어렵다며
아우성이다.

이달 1일부터는 TV등 주요 가전제품의 권장소비자 가격이 폐지됨에 따라
상인들간에도 가격인하경쟁이 불가피, 매출감소와 수익성 악화의 악재가
가전유통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특소세인하 계획이 실제 적용시기인 내년을 넉달 반이나 앞서 발표된 탓에
전자상가들이 입은 피해는 엄청나다.

용산 C상가의 매출은 특소세인하 발표 전날인 지난 8월 15일의 1억5천여만원
에서 발표 당일인 16일 6천2백만원으로 급감했고 17일에는 2천8백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구의동 테크노마트내의 G매장은 8월중 하루 평균 5백만원대였던 매출이
특소세인하 발표후 2백만원대로 추락했다.

상인들은 발표 직후보다 충격이 다소 덜해도 최근까지 상가마다 40%안팎
매출이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렵기는 가전사의 대리점도 마찬가지다.

마포의 한 S전자 대리점은 하루 평균 1천5백만원까지 올라가던 매출이
이제는 1천만원을 유지하기도 벅차다.

가전업체 역시 "특소세 태풍"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10월은 신상품을 본격 출시할 때이지만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제품을 내놓기가 두렵다"고 실토했다.

할인점에도 가전제품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마그넷의 유경우 바이어는 "지난해 동기보다 20% 이상 매출이 줄은 것 같다"
며 "혼수시즌에 나타난 이같은 이례적 현상은 소비자들이 구매를 늦춘 때문
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올해말까지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호전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9,10월은 혼수수요가 받쳐주지만 11월부터는 누가 가전제품을 사겠느냐는
것이다.

업계는 최근 전자상가대표 긴급모임을 갖고 특소세 인하시기를 차라리
앞당겨 달라는 진정서를 채택하는 등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강력히 호소
했다.

하지만 얼어붙은 가전유통시장엔 당분간 봄이 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재정경제부 세제과 허용석 과장은 "유통업체들이 곤욕을 치르는 것은
알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최철규 기자 gra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