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화씨 약력 ]

<> 56년 서울출생
<> 뉴욕대학 드라마 전공
<> 뉴욕시립대학 공연학 수료
<> 74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신의 아그네스, 아가씨와 건달들, 사의 찬미,
명성황후, 마스크 클래스 등 30여편 출연
<>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 5회 수상, 동아연극상, 이해랑연극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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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런 삶의 향기를 전달하는 예술잡지로 만들 계획입니다. 다정한
친구처럼 편안하게 볼수 있는 객석을 기대해 주세요"

극단 돌꽃 컴퍼니 대표인 윤석화(45)씨.

배우인 그에게 이제 국내 유일의 문화월간지 발행인라는 직함이 새로
붙었다.

지난달 윤씨는 경영위기에 몰린 월간 객석을 인수했다.

연극인으로서 전문 공연잡지를 운영하게 된 것은 윤씨가 처음이다.

"평소 아끼던 공연전문 월간지가 어쩌면 우리곁에서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척박한 문화환경속에서 객석마저
사라진다면 10년 뒤의 우리 문화는 얼마나 삭막해지겠습니까"

그녀는 객석을 인수하기 위해 25년간 연극생활 하면서 모았던 전재산
4억5천만원을 투자했다.

오랜 연기인생의 땀과 눈물이 온통 배여있는 돈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경영을 맡고 보니 자금이 필요한 곳이 계속 나타나고 있기때문이다.

"지금까지 돈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는데 앞으로는 고생좀 할 것
같습니다. 딸린 식구가 늘었으니 이제 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겠죠"

윤씨는 그동안 경영문제로 침체돼 있던 객석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새식구들에게 "치밀하되 천천히 가자"고 당부한다.

"1백%이상의 치밀함 없이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직원들
에게 열정을 갖고 꼼꼼하게 일을 하자고 얘기합니다"

윤씨가 발행인이 되고 나서 내린 첫 지시는 전화 인사말에 "감사합니다"를
덧붙인 것.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인삿말이지만 자꾸 해 버릇 하면 정말 감사하는 마음
이 생긴다는 것.

그래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긍심과 헌신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윤씨는 객석의 편집방향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관객들과 함께 가는 잡지로 거듭 날 것입니다. 전문예술인들을 위한 정보는
부록 형식으로 따로 싣고 일반 관객들이 보고 이해할 수 있는 공연기사를
주로 다룰 계획입니다"

하지만 윤씨는 여전히 "길 위에 서있는 배우"로 남기를 원한다.

잡지운영도 올해까지만 관여할 생각이다.

그는 요즘 산울림소극장에서 이윤택과 함께 연극 "가시밭의 한송이"를 한창
열연중이다.

80년대 젊은이들이 겪어야 했던 시대와의 불화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386세대가 거리에서 외쳤던 사회에 대한 절규를 무대위에서
분출하는 겁니다. 당시 미국유학으로 그들과 고통의 시간을 같이 하지 못했던
빚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연극인과 발행인이라는 짐을 나란히 짊어지고 길위를 걷고 있는 윤석화.

연극과 예술잡지를 통해 우리사회의 문화토양을 살찌우는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그의 꿈이 어떻게 실현될 지 주목된다.

< 김형호 기자 chs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