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인터넷 비즈니스업체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가장 즐겨 쓰는 마케팅 수단
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진짜 공짜"는 거의 없다.

인터넷업체가 여는 이벤트에서 선물을 받으려면 십중팔구 꺼림칙함을
무릅쓰고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공짜의 대가로 광고를 보거나 설문에 응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반쪽짜리 공짜"가 넘쳐나는 사이버 공간에 "진짜배기 공짜"를
내놓은 업체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인터넷 쇼핑몰 월드스파이(www.worldspy.com).

월드스파이는 오는 10월1일부터 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는 이미 지난달 알타비스타(www.altavista.com)가
시작했다.

하지만 알타비스타의 서비스는 싫더라도 광고를 봐주어야만 인터넷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월드스파이의 서비스는 귀찮은 광고를 보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공짜다.

더욱이 이용자로 등록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써넣을 필요도 없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등록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 시험 서비스중인데도 인기가 대단하다.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본업인 인터넷 쇼핑몰 부문의 매출도 늘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공짜 인터넷 접속 서비스에 끌려 이 회사 홈페이지를 찾은 사람들은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명색이 인터넷 쇼핑몰인데 타사 상품광고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월드스파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타사 광고를 싣지 않고 있다.

월드스파이는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홈페이지에 일체 타사
상품 광고를 싣지 않기로 했다"며 "장기적으로 온라인 쇼핑몰들이 광고로
먹고 살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홈페이지에 타사 광고를 어지럽게 늘어놓지 않는 것은 최근 출범한 넷제로
(NetZero)를 비롯 이미 몇몇 업체들이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시도
하고 있는 전략이다.

월드스파이는 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와 함께 무료 전자우편(E메일)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또 자사 홈페이지 안에 소비자들이 여러 업체의 제품을 비교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비자 마당"도 활성화할 작정이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물건을 파는 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로 꾸려
갈 계획"이라고 털어놓았다.

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에 들어 가면 1년 안에 가입자가 1백만명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월드스파이는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미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ISP)가
되는 셈이다.

이같은 월드스파이의 공세에 알타비스타는 물론 초저가 인터넷 접속 서비스
를 계획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월드스파이는 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인증회사인
마이크로포털 닷 컴(microportal.com)과도 제휴했다.

자세한 계약 내용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이 회사에는 온라인 중개업체 위트캐피탈(Wit Capital)과 투자은행
샌즈브라더스(Sands Brothers) 등이 투자했다.

이들의 투자를 포함해 이 회사가 지금까지 끌어모은 사업자금은 1천8백만
달러에 달한다.

월드스파이의 성공여부를 미리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전문가들은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후발주자가 "발상의
전환"으로 선발업체에 도전하는 전형을 보여 주는 사례로 이 회사를 꼽고
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